최근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소프트웨어(SW) 파워를 기반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융합해 기존의 산업혁명과는 속도, 범위, 영향력에서 차원이 다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ICT 융합`을 위해선 이동통신 기술이 반드시 뒷받침해 줘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미래사회의 이동통신 기술은 우리가 매일 숨쉬는 공기처럼 공공재(公共材)와 같은 기술이 될 것이다.
얼마 전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회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의 인식 변화를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ICT가 삶의 질을 높이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하는 `미래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많은 핵심 기술이 ICT 관련 기술이지만 5G 이동통신 기술에 그 답이 있다 할 수 있다. 미래의 신기술은 이동통신 인프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세계 최고 속력을 자랑하는 자동차가 달릴 도로가 없어서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과 비슷하다.
이에 따라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3G, 4G 같은 이동통신 기술로는 실감형 홀로그램, 가상현실(VR), 무인 자율주행, 원격의료 등과 같은 서비스 실현이 현재로선 어렵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도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 `언제 어디서나 환경 제약 없이 사람과 사물이 지연 없이 기가(Gbps)급 서비스를 비용과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연결되는 통신 서비스`라고 5G 기술을 정의하며 표준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초신뢰성과 저지연 서비스는 기존의 통신세대와 5G를 구분 짓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인 0.001초밖에 지연되지 않을 정도다.
물론 5G는 아직 표준규격이 정해지지 않았다. 롱텀에벌루션(LTE) 표준을 제정한 3GPP는 오는 2018년 표준화 규격을 ITU에 제출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이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IMT-2020이라는 이름으로 5G기술 최대전송률, 전송 지연 등 핵심 성능 지표와 이에 대한 목표 수치를 정해 2020년 표준 완료를 목표로 표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세계 각국도 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하기 위해 국가 또는 기업 차원에서 주도권 선점을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ETRI는 2026년까지 세계 이동통신 시장 규모가 2조3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이고, 그 가운데 5G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 1조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선 5G가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5G 이동통신은 단순히 산술 잣대만으론 중요도를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5G 이동통신 기술은 미래에 일어날 모든 기술 혁신의 기반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5G는 미래사회를 실현할 인에이블러(enabler) 기술이라고도 불린다.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줄 기술을 실현하기 위한 든든한 후원자가 바로 5G라 할 수 있다.
ETRI는 지난 2013년부터 이 연구를 시작했다. 4G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지 2년 만의 일이다. 연구진은 최근까지 와이브로, LTE-A 등을 상용화하며 세계 이동통신 시장 변화의 흐름을 선도하고 이에 맞춰 국내 시장이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쌓아 온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5G 기술에서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기술 측면에서 기술 개발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기존의 셀룰러 통신에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을 그대로 사용하는 기술 개발과 기존의 상용 이동통신용 주파수 대역보다 훨씬 높은 30㎓ 부근 또는 그 이상의 주파수 대역인 밀리미터파(mmWave)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ETRI는 기술 측면과 ICT 산업 생태계 조성 측면의 산업 요소도 아우르며 다가올 5G 시대를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정부 또한 다가올 5G 시장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지하고 사실표준(De facto Standard)을 선점키 위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후보기술을 이용한 시범서비스를 전 세계인 앞에서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구진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이동통신 강국의 신화를 써 왔다. 이에 따라서 미래통신 기술로 불리는 5G에서도 또 한 번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와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출연연구원, 대학, 기업은 하나의 목표 아래 똘똘 뭉쳐야 한다. 이동통신의 생태계를 잘 살리고 장기 안목에서 국가경제 성장의 버팀목이 되어 줄 5G를 우리 손으로 일궈야 한다.
이 상 훈 ETRI 원장 shlee@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