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00원`. 2009년 개봉한 아바타의 평일 디지털 3D 관람료다. 당시 8000원이었던 평일 2D 관람료와 비교하면 62.3%나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비싼 관람료에도 불구하고 아바타는 당시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동안 국내 관객 동원 1위를 유지했다.
아바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지구의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나먼 행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발굴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판도라의 독성 대기와 원주민 설득을 위해 제작된 `아바타`는 판도라 행성 토착민인 `나비`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한 새로운 생명체다. 본래 아바타는 힌두교에서 `지상에서 강림한 신의 육체`를 일컫는 말이다. 자신의 `분신`이다.
아바타가 큰 흥행을 거둔 것은 아바타를 활용해 자원 채굴을 막는 나비족에 침투한 주인공이 그들에 동화돼 인간과 전투를 벌인다는 흥미로운 스토리도 한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흥행 요소는 바로 입체감을 주는 `3차원(3D)` 영화이기 때문이다. 아바타가 최초의 3D 영화는 아니지만 3D 영화산업에 전환기를 마련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바타를 계기로 극장은 필름 영사기를 디지털 영사기로 바꾸기 시작했다. 3D 촬영을 위해 3D 카메라를 비롯한 촬영 도구가 확산됐다. 가뜩이나 어두운 극장에서 모든 관객이 어두운 안경을 쓰고 영화를 관람하는 진풍경이 시작됐다.
3D는 사람의 두 눈이 6.5㎝가량 떨어져 있다는 원리를 이용한다.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각각의 눈은 다른 영상을 인식한다. 뇌가 두 영상 차이를 분석해 사물의 거리감과 입체감을 느끼게 해준다. 한쪽 눈을 감으면 원근감이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3D 영화의 시초는 1838년 영국 과학자 찰스 휘트스톤이 만든 `스테레오스코프`다. 하나의 물제를 다른 각도에서 찍은 두 장의 사진을 동시에 보게 해 물체를 입차적으로 보이게 하는 기기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왼쪽에 빨간색, 오른쪽에 파란색 셀로판지를 붙인 적청안경을 끼고 보는 3D 영화가 나왔다. TV 보편화로 영화산업이 힘들어지자 대안으로 찾은 것이 3D 영화였다. 1953년부터 1954년까지 2년 새 무려 69편의 3D 영화가 제작됐다.
요즘은 3D 영화를 넘어 좌석에 진동·움직임을 주거나 연기, 수분 등을 가미하는 4D 영화까지 관람객을 유혹하고 있다. 2012년 개봉작 프로메테우스는 우주선이 착륙할 때 카메라 앵글에 따라 좌석의 각도가 미세하기 움직인다. 번개와 바람, 냄새 등 환경 효과로 외계 행성의 자연 풍광을 절묘하게 선사한다.
이 같은 극장의 변화에는 아바타가 미친 영향이 절대적이다. 지금도 다른 3D 영화를 볼 때마다 아바타가 생각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3D와 4D 이후엔 어떤 영화가 등장할지가 관람객이 갖는 관심사 중 하나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