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매출대비 R&D 투자 경쟁사 대비 낮다...R&D 확대발표에도 제자리

현대·기아차가 새로운 전기 마련을 위해 고급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연구개발(R&D) 투자는 글로벌 차 제조사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장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위기를 감지한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80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장기 로드맵을 지난 2014년 말에 발표하기도 했다. 로드맵 발표 직후인 지난해에도 역시 R&D 투자는 매출 대비 2%대에 그쳤다.

제네시스 EQ900 세미 디지털 클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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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글로벌 자동차 주요 업체가 발표한 2015년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대·기아차의 2015년 R&D 투자 금액은 3조6959억원으로, 전해의 다임러 65억6400만유로(약 8조6157억원), BMW 51억6900만유로(6조7847억원), GM 79억달러(9조 1008억원), 포드 67억달러(7조7291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에 올라선 토요타는 3월 회기로 2015년(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에 1조45억엔(10조747억원)을 투자했다. 2016년도 투자 전망치도 1조500억엔에 이른다. 현대·기아차의 R&D 투자 금액은 토요타의 3분의 1 수준이며 대부분 업체에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매출액 비중으로 따져도 현대·기아차의 비중이 낮다. 다임러는 매출 1494억6700만유로의 4.4%, BMW는 매출 921억7500만유로의 5.6%, 토요타는 27조2345억엔의 3.7%, GM은 1524억달러의 5.2%, 포드는 1495억5800만달러의 4.5%를 각각 R&D에 쏟아부었다. 현대·기아차는 매출 141조4802억원 가운데 2.6%를 R&D에 할애했다.

그나마 지난 2012년부터 매출 대비 R&D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12년에는 매출 2.0%, 2013년 2.3%, 2014년 2.5%를 R&D에 투자했다. 2010년까지는 1%대에 그친 것에 비하면 상승세다. 특허 보유 건수도 지난해 처음으로 2만건을 돌파해 2만862건의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꽤 오랜 기간 매출 3~6%에 이르는 금액을 R&D에 꾸준하게 투자해 온 것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 R&D 비중이 미래 대비에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평가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지난해 1.8% 성장에 그친 데 이어 올해도 성장률이 2.9%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급차 시장과 친환경차 시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하고 2020년까지 스포츠카를 포함, 총 6종의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 친환경차 점유율 2위에 오르기 위한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성장성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 변화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전략을 발표한 이후 첫해에 해당하는 2015년의 R&D 비중은 전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등 미래형 자동차 기술 개발에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는 만큼 시장 주도를 위해서는 과감한 R&D 투자가 필요한 때다.

업계 관계자는 “BMW는 친환경 i시리즈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기술을 개발하고, 토요타는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일체형으로 개발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등 독보의 혁신 신기술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두드러지게 시장을 선도하는 첨단 기술이 뚜렷하지 않다 ”고 지적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출처: 각사 종합)>


매출액 대비 R&D 비중(출처: 각사 종합)

<현대기아차 매출액과 R&D 투자 추이(출처 : 현대기아차 사업보고서)>


현대기아차 매출액과 R&D 투자 추이(출처 : 현대기아차 사업보고서)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