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연구개발(R&D) 투자가 글로벌 차 제조사에 비해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발표했던 장기 투자 로드맵에서 2020년까지 80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R&D투자액 역시 매출 대비 2.6%에 그쳤다.
현대·기아차 지난해 R&D 투자액은 3조6959억원이다. 세계 1위 토요타 3분의 1 수준이며 대부분 업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매출액 비중으로 따져도 다임러(4.4%), BMW(5.6%), 토요타(3.7%), 포드(4.5%)에 크게 떨어진다. 지난 2012년 이후 매출 대비 R&D 비중이 꾸준히 늘고 투자출원 건수도 매년 증가 추세다. 하지만 글로벌 제조사가 오랜 기간 3~6% 수준 투자를 이어온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미래를 위한 투자비중이 낮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성장 정체에 빠진 세계 자동차 시장은 고급차와 친환경차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R&D 투자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테슬라 모델3 사전계약만 금액기준 1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친환경차를 포함해 미래 자동차 시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자칫 흐름을 놓쳐버린다면 다른 분야에서 우리 주력산업이 겪는 어려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국내 주요 제조기업이 사내유보금을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됐음에도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왔다.
기업이 글로벌 경기 불황 속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해 현금 유동성을 늘리는 것도 이해된다. 하지만 중국 등 글로벌 기업이 대규모 R&D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기업만 지나친 안정 위주 전략을 구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미래를 포기한 현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업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