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불리던 사물인터넷(IoT)이 베일을 벗었다. SK텔레콤과 KT가 IoT 전국망 설비 구축을 시작,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로라, LTE-M, 협대역(NB) IoT 등 통신사별로 투자하는 IoT 기술도 각양각색이다. 시장에 연착륙하는 통신기술이 먼저 경쟁력을 확보, 시장 주도권을 챙길 수 있다.
통신기술을 둘러싼 생태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동통신사가 총대를 메고 앞장서는 가운데 장비, 모듈, 기지국 등 에코시스템에 포함된 다양한 중소·중견 협력사도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 IoT 전국망이라는 판이 깔려 스타트업·벤처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 발굴에 뛰어들 전망이다.
◇맞춤형 서비스 제공 가능한 로라, 에코시스템에 적합
3월은 세계 최초로 IoT 전국망 경쟁의 서막을 알리는 달이었다. SK텔레콤과 KT가 잇따라 저전력 원거리 통신망(LPWAN)을 사용한 전국망을 깔 것이라고 발표했다. 산업용 IoT에 적합한 `소물인터넷(IoST)` 기술이다. 북미나 유럽에서 지역 단위로 LPWAN 망을 테스트 용도로 구축한 사례는 있다. 한 나라 전체가 IoT 망을 도입해 활용한 사례는 아직 없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안에 망 구축을 끝내야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다. LPWAN 상용화와 표준화가 마무리되면 다른 나라와 글로벌 기업도 각 지역에서 전국망 구축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IoT 전국망은 속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경쟁에 뛰어든 SK텔레콤은 `로라(LoRa)`를 택했다. 초당 10kbps급 속도를 낸다. 야외 기준 통신 거리는 10㎞ 안팎이다. 업계는 로라가 IoT 전국망 구축에 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평가한다. 우선 독자(Private)망이나 공공(Public)망 등 다양한 용도에 맞는 네트워크 환경을 만들 수 있다. IoT 기기를 가진 일반 사용자뿐만 아니라 보안이 필요한 기업, 기관도 쉽게 도입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서 목적에 맞는 IoT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로라는 기존 통신망을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다. 와이파이 액세스포인트(AP) 크기의 기지국과 소형 안테나를 새로 설치해야 망을 운용할 수 있다. 비용은 좀 더 들지만 기지국, 안테나, 전원공급 장치 등 다양한 제조사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150여개 기업이 연합한 로라 얼라이언스가 맞춤형 네트워크 개발을 지원, 개방형 에코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SK텔레콤도 로라 얼라이언스 회원이다.
◇빠른 IoT 환경 전환 가능한 `LTE-M`, 통신사 주도권 확보 유리
KT가 밀고 있는 LTE-M은 로라, 시그폭스, 인제뉴 등 업계 전반에 걸쳐 사실상 표준으로 인식되는 LPWAN과 영역이 조금 다르다. 협대역 IoT와 함께 허가된 주파수 대역에서 통신이 가능한 이동통신 표준 계열이다. LTE-M은 국제표준화단체 3GPP 릴리즈8을 통해 글로벌 표준 작업을 마쳤다.
LTE-M의 강점은 기존의 롱텀에벌루션(LTE) 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라가 통신 가능한 지역(커버리지)에 기지국을 세우는 것과 다르다. 네트워크 구축비용을 다소 줄일 수 있고 IoT 서비스도 빨리 시작할 수 있다.
인증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는 점도 LTE-M 진영이 내세우는 차별화 요소다. 비면허 대역인 로라, 시그폭스와 달리 주파수 간섭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KT는 “LTE-M은 전국 서비스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주파수 간섭으로 인한 통신 품질 저하가 없다”면서 “기기 제어가 가능하고 LTE망을 활용한 글로벌 로밍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로라와 시그폭스 등 기존 LPWAN 사업자가 스타트업인 데 반해 LTE-M은 통신사 중심의 IoT 환경이라고 설명한다. LTE-M은 기존의 LTE 인프라를 다시 사용할 수 있어 사업자에게 유리하다.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를 활용, IoT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한편에서는 LTE-M이 에코시스템 형성에는 로라보다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 진입이 늦었을 뿐만 아니라 IoT 환경 주도권이 통신사에 있기 때문이다. 단말모듈 10개 업체 이상, 기지국 4개 업체 이상을 확보하고 네트워크 서버 솔루션 사업자가 협업 체계를 갖춘 로라와는 차이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IoT 전국망 구축과 동시에 다양한 에코시스템 조성 계획을 밝혔다”면서 “이미 탄탄한 협력 체계를 갖춘 로라와 다른 LTE-M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칼 가는 시그폭스, 꿈틀대는 NB-IoT
IoT 전국망 경쟁은 로라와 LTE-M의 양강 구도인 듯 보이지만 잠룡들도 무시할 수 없다. 시그폭스와 NB-IoT를 대표로 들 수 있다.
시그폭스는 프랑스 통신 기술로 여러 IoST 통신 가운데 가장 느린 100bps 속도를 지원한다. IoT 통신 가운데 단순 텍스트와 숫자 정보만 송수신하는데 최적화됐다. 국내 시장에서는 KT와 동맹을 맺으려 했지만 투자 금액 문제가 불거지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영국, 미국, 러시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글로벌 시장에서 시그폭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삼성전자와 제휴해 사업을 펼친다는 것도 시그폭스의 강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가 각각 최초 IoT 전국망 통신 기술을 선정했지만 시그폭스도 여러 선택지의 하나로 남아 있다”면서 “다른 통신사업자나 서비스에 따라 시그폭스가 국내 전국망을 구축하는 것도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시그폭스가 국내 기업으로부터 10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텔레콤도 시그폭스에 일부 투자한 적이 있다.
NB-IoT도 복병이다. 올해 3GPP 릴리즈 13으로 표준화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이다. NB-IoT는 아직 전국망 구축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LG유플러스의 `칼`이 될 가능성이 높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 `NB-IoT 포럼`을 설립, 기술 개발과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화웨이, 에릭슨, 인텔, 노키아, 퀄컴, 차이나모바일, 텔레포니카, 보다폰,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차이나유니콤 등을 끌어들이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KT도 차세대 IoT 통신으로 NB-IoT를 지목하며 15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주요 저전력 장거리 통신 기술(LPWAN) 현황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