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 <24>혁신과 한국인 삶의 질

한국인이 느끼는 행복과 삶의 질은 경제 수준에 비해 유난히 떨어지는 편이다. 경제는 세계 10위권이지만 삶의 질은 50위권이다. 행복지수가 100점 만점 기준 62점으로 세계 평균 64점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률을 보인 1990년대 중반까지 소득 증대에 힘입어 주관적 행복지수는 상승 추세였다. 그러나 그 이후 1인당소득 1만달러를 넘어서고는 오히려 하향 추세다.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경제가 2~3%대 저성장에 접어들고, 최근 수출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 인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행복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특히 양극화와 빈부 격차 등으로 위화감과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엇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었나. 지난 50년 동안 경제 성장을 위해 혁신에 매진했건만 우리 삶의 질은 과연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일까. 혁신과 삶의 질 간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혁신과 행복 간 관계에 대한 연구는 별로 없다. 혁신은 기술·경제 측면, 반면에 행복은 사회·심리 측면에서 각각 다뤄왔기 때문에 두 변수 간 관계에 관한 심각한 고민을 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현실을 보면 이러한 관계에 대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정말 열심히 혁신하면서 살아 왔다. 1960년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잘살아 보세`의 새마을운동과 `하면 된다`의 정신으로 신바람 혁신을 실천했다. 집단을 이룬 개인들이 공동체 문화를 이루고, 그로부터 강력한 집단 에너지를 창출함으로써 생산성을 급격히 높여 나갔다. 그 결과 산업화를 성공시키고 소득 폭증의 신화를 썼다. 그때 우리는 `먹고살기 위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소득 증대만으로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1990년대에 들어와 벽에 부닥쳤다.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면서 1980년대까지 초고속 성장을 하던 기업들이 국내 시장 개방과 글로벌 경쟁이라는 새로운 경제 환경에 맞서야 했다. 또다시 혁신에 돌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경제의 2단계 혁신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선진 기업들의 기술과 경험을 모방하고 학습, 재빨리 추격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문제 해결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을 확보하고 결합시킴으로써 빠른 속도로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학습해 나갔다. 그 결과 한국식 속도 경영을 실천할 수 있었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창출하며 수출 대국으로 올라섰다. 그때 우리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삶을 살았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앞선 자를 따라가는 것이 삶의 목표였다. 그래서 현재 행복을 누릴 사이 없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힘껏 달리기만 하던 어느 순간 우리가 추구하던 행복이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우리 삶의 방식도 경쟁을 넘어 자아실현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서 이제는 `이루고 싶은 일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할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행복심리학의 세계 선구자인 에드 디너 박사는 한국인의 불만족 원인을 과도한 경쟁과 과도한 비교에서 찾았다. 바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혁신이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즉 속도 혁신에 밀려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의 절대 부족이 불만족을 일으키는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혁신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 수지 타산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런던경제대 리처드 레이어드 교수가 제안한 행복 7대 요인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한국인의 행복 추구는 `재정과 일`에 관련된 것에 집중돼 왔다. 나머지 요인인 `가족관계, 공동체 및 친구, 건강, 자유, 가치관` 등은 우리 스스로 인정하듯이 대체로 무시돼 왔다. 게다가 지금까지 혁신 최대 성과물인 `재정과 일`도 흔들리고 있으니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가. 미래는 `행복한 혁신`을 추구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것이 창조경제의 본질이기도 하다. 행복한 혁신의 첫걸음은 개개인의 뜻과 의지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일사불란한 조직 행동이나 집단 목표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 거기서 성장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창조성 혁신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서 기업 목표와 개인 구성원의 비전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우리가 꼭 `이루고 싶고 하고 싶은` 뜻과 비전이 있다면 어려운 조건에서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21세기 경쟁력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은 바로 이 에너지로부터 발생한다. 왜냐하면 이 에너지에 기반을 두고 `끝까지 해내는` 과정을 통해 남과 다른 안목 및 예측력을 얻게 되고, 드디어는 새로운 기회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는 `행복한 혁신`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