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태양의 후예` 제작사 뉴의 반란

[기자수첩]`태양의 후예` 제작사 뉴의 반란

“`태양의 후예`를 보는 순간 놓치면 안 되겠다고 판단해 지상파가 갖고 있던 `갑`의 위치를 내려놓고 외주 제작사와 계약했습니다. KBS드라마가 연패하는 상황이어서 조건을 따질 여유가 없었습니다.”

KBS 관계자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계약 상황을 설명하면서 지상파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 종속 관계는 이미 깨졌다고 말했다. `태양의 후예` 제작사 NEW(뉴)는 지상파TV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기로 계약했다. 그동안 외주제작사의 권리는 대부분 지상파TV에 귀속됐기 때문에 이례였다.

지난 1년 동안 흥행 드라마가 단 한 편도 없던 KBS 입장에서는 도박이었다. 저작권은 일부 양보하지만 `김은숙`이란 흥행작가와 `송혜교` `송중기`라는 스타 배우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결정한 게 대박을 터뜨렸다.

뉴는 `외주제작사 권리 찾기`에 물꼬를 텄다. `태양의 후예`에 이어 `사임당` `함부로 애틋하게` 등 지상파TV에서 방영할 많은 드라마 저작권을 외주제작사가 가져가는 쪽으로 새로운 제작 방식이 만들어졌다. 지상파TV는 단순히 방영권만을 갖는다. 그동안 지상파TV가 가져온 권리에 비하면 대폭 쪼그라들었다. 드라마 제작사는 이제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외주제작사가 지상파TV로부터 받는 제작비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외주제작사는 국내 지상파TV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에서 투자를 받거나 해외 시장 선판매가 이뤄지면 외주제작사는 굳이 지상파TV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

지상파TV 입장에서도 억울하지 않다. 영상을 직접 만든 제작사가 스스로 해외 판로를 찾는다. 방영권을 갖고 있는 지상파TV는 드라마 시청률이 높아지면 광고 매출에 집중하면 된다.

과거 `재주는 외주제작사가 넘고 돈은 지상파가 갖는다`라는 관행 탓에 외주제작사 관계자를 만나면 저작권을 갖지 못해 의욕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수익이 없는 환경 때문에 제작사는 힘이 빠졌다. `태양의 후예`는 오랜 관행을 뒤엎었다. 다큐, 예능 등 다양한 외주제작 환경에서도 봄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