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성공비결

사진 출처: Elad Ratson
사진 출처: Elad Ratson

코이스라 시드 파트너스(KSP) 공동대표/매니징 파트너 박대진

만약 설립한지 2년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4,000억 원에 팔린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꿈에도 잘 나타나지 않을 일이 이스라엘에서 현실이 됐다. 지난 3월 4일 다국적 기업인 시스코(Cisco)가 설립된지 1년 10개월 밖에 되지 않은 이스라엘 반도체 회사를 3억 2천만 불에 인수한 것이다. 리에바 세미컨덕터 (Leaba Semiconductor)라는 이스라엘 회사에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시스코는 이런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일까?

리에바는 2014년 6월 2명의 이스라엘 창업자(에얄 다간, 오페르 아이니)가 설립한 네트워킹 반도체 분야의 팹리스 반도체 (반도체 제조 공정 중 하드웨어 소자의 설계와 판매 전문) 기업으로 40명 규모의 비교적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코가 많은 돈을 투자해서 리에바를 인수한 것은 시스코가 장기간 계획하고 있는 미래 산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시스코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주는 솔루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다국적 기업의 니즈(needs) 파악한 후,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면서도 기술을 빠르게 사업화 시킨 결과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엑시트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약 4년이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리에바의 엑시트 시간은 매우 짧았다. 아마도 리에바의 CEO인 에얄 다간과 CTO인 오페르 아이니는 연쇄창업자로서 2009년 Dune Networks라는 회사를 공동 창업해서 나스닥 상장사인 BroadBand 에 2억불(2,300억 원)에 매각해 각자 500억원 이상의 잭팟을 터트려 본 경험이 있는 기업가들이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이런 축적된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40대 초반의 나이에 대규모 엑시트(투자회수)를 경험해 본 기업가들인 만큼, 업계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협력사와 투자사를 만나는 것에 있어서는 처음 창업을 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보다 이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같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리에바 창업자들 또한 뼈를 깎는 듯한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엑시트 유경험자라고 해서 재창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최초로 USB를 만든 이스라엘 창업자 도브 모란과 같이, 역사에 길이 남을 엑시트 한 후에도 창업한 회사들이 그렇다 할 큰 성공을 못한 연쇄창업자들의 경우도 있다.

이번 시스코의 리에바 인수에 있어서 눈 여겨 봐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리에바 창업자들과 함께한 투자자들이다. 설립된지 2년도 되지 않았지만, 리에바는 빠른 시간 내에 이스라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투자사인 피탕고 벤처캐피털(Pitango Venture Capital)과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 (Besser Venture Partners)에서 투자를 받았다. 이러한 적시 적기의 VC투자는 리에바가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를 마련했다. 스타트업이 성공하는데 있어서 투자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리에바의 투자유치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창업 -> 대규모 투자 -> 엑시트라는 간단한 공식으로 리에바의 성공을 모두 말할 수 없다. 리에바의 창업 여정에 있어서, 이스라엘 반도체 분야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리는 아비그도르 윌렌즈(Avigdor Willenz)가 없었더라면 리에바가 빠른 시간 내에 엑시트 하기가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연쇄창업자로서 본인이 창업한 회사들을 마벨테크놀로지그룹(Marvell Technology Group)과 아마존(Amazone)에 각각 $17억(2조원)과 $3억7천만 (4,300억원)에 매각을 시켜본 경험이 있는 아비그도르 윌렌즈는 단순히 돈만 투자하는 앤젤투자가로서의 역할만을 하지 않았다. 리에바의 제대론 된 방향성과 비전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아비그도르 윌렌즈 멘토 역할을 하였고 그의 반도체 분야와 관련 전문성과 네트워킹을 통해 리에바의 성장 발판을 만들어 내는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성장하는데 있어서는 당연히 좋은 아이디어도 필요하고 투자도 필요하겠지만, 성공의 길을 가는데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양질의 조언자와 파트너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창업자들만 똑똑하고 잘났다고 스타트업의 성공이 절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큰 성공을 거둔 창업가일지라도, 연쇄창업자, 멘토 또는 앤젤투자가로서 스타트업 관련 분야에 지속적으로 종사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경우이다. 아비그도르 윌렌즈 같이 한번 창업가는 평생 창업가로서 살아가며, 자신 주변에 있는 스타트업들이 잘 될 수 있도록 창업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이스라엘서는 비교적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창업생태계가 존재하기에 2015년 한 해에만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10.7억 (12조 5천억원) 규모의 엑시트(자금회수)를 만들어 내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이스라엘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없이도 민간주도 형태의 창업생태계로서 이스라엘 창업생태계가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건, 바로 선후배, 동료 창업가들 간에 끌어주고 당겨주는 네트워크의 힘일 것이다. 이러한 창업가들간의 유기적이면서도 끈끈한 네트워크 기반의 선순환적 창업생태계가 우리에게도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되길 바란다.

약력

현 (주)코이스라 대표이사

현 (주)코이스라 시드 파트너스 공동대표/매니징 파트너

<이스라엘 비즈니스 산책>저자

코트라 이스라엘 텔아비브 KBC 과장

텔아비브 대학교 대학원 졸업 (M.A.)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졸업 (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