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25>뉴노멀 한국경제, 일본에서 배운다

[이장우의 성공경제]<25>뉴노멀 한국경제, 일본에서 배운다

지난 3년간 한국경제 연평균 성장률은 2.9%로 저성장 시대를 알리고 있다. 심각한 것은 낮은 고용률로 인해 소비 위축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년 동안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고용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러한 저성장 뉴노멀 경제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의적 혁신이 중요하다.

우리보다 앞서 저상장 국면을 경험한 일본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에서는 경기불황기에 가격파괴 현상이 확대되고, 이것이 다시 경기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여기에 고령화가 가세, 노령화를 대비한 소비 축소 현상까지 일어났다. 한국은 이러한 불황형 소비 위축과 함께 가계부채 증가와 일본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출생률 등 부정 요인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기 마련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지난 20년 동안에도 전략적 선택과 혁신으로 비약 성장을 한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유통산업을 보면 세계 250대 소매기업 리스트에 일본 유통기업이 39개나 올라 있으면서 세계 16%(2012년 기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 유통기업은 단 4개가 올라 있으면서 1.6%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일본을 많이 추격한 것 같지만 유통이나 문화관광 산업과 같은 미래지향형 산업에서는 아직도 규모와 경쟁력에서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돈키호테, MUJI, 다이소, 유니클로, 세븐일레븐 등 한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유통 기업은 구조적 불황에도 까다로운 소비자 개성과 다양한 소비 수요에 창의적으로 대응해 성공했다. 이들은 장기 경기 침체에서도 창의적 혁신을 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즉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창조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본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지역성을 도입한 혁신이다. 일본은 각 지역에 지역을 대표하는 중소 유통업체가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풀뿌리 혁신성은 미래에 벌어질 한·중·일 창조경제 전쟁에서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창조경제는 창의성을 핵심으로 국가 부를 창출하는 경제 구조를 말한다. 이러한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문화심미라는 성장 축을 기반으로 발전한다. 특히 문화심미 축은 대중적 창의성을 제고시키는 기반이 된다.

풀뿌리 혁신성은 지역민의 자발적 창의성으로부터 구현될 수 있다. 창조경제에서 문화심미 요인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는 바로 풀뿌리 혁신성을 제고시키고 지역민들을 참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혁신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최근 폭발하는 관광시장 때문이다. 매년 1억명 이상이 전 세계로 관광을 떠나는 중국 관광객(유커)은 창조경제를 위한 큰 시장이 되고 있다.

다시 일본 사례를 보자. 일본의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수는 1973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4년에 비해서도 무려 47.3% 증가했다. 여기에 고무된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2015년의 두 배가 넘는 4000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물론 유커들의 방문이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14년만 해도 한국행 유커에 비해 적었지만 지난해에는 한국을 앞질렀다.

최근 창조경제의 거대 시장이 되고 있는 관광 분야는 불경기에 몸살을 앓아 온 일본 경제를 소생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일본 전체 땅값이 `리먼 쇼크` 이후 8년 만에 0.1%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 원인은 국내외 관광객이 증가, 주요 도심 지역의 점포와 호텔 등 수요가 크게 늘고 각종 사무실 공실률이 줄어 든 반면에 임대료 수익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과 엔화 가치 상승이라는 악조건에도 중국 관광객의 일본 방문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 비자 완화, 면세점 확충 등이 긍정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관광 콘텐츠의 우수성에서 찾아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지역 창의력과 풀뿌리 혁신성이 `다시 방문하고 싶은` 일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명탐정 코난과 요괴마을`의 돗토리현, 시라카와고의 `합장 마을`, 건축물과 예술작품으로 유명한 나오시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온천 마을 마쓰야마 등 소도시뿐만 아니라 비록 이름은 없지만 특색 있는 음식과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산골 마을들은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차별성을 만들어 낸다.

창조경제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규제 해소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성패는 평범한 국민들의 창의력 구현에서 갈릴 것이다. 변방의 창의성과 풀뿌리 혁신을 핵심으로 활용해야 창조경제가 성공할 수 있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