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진구가 성공과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이유

출처:/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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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진구는 요즘 그저 행복하다. 데뷔작이자 첫 성공작이었던 ‘올인’ 이후 다시 받게 된 관심과 인기에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올해 데뷔 14년 차를 맞은 진구는 수많은 작품에 임하며 내공을 쌓았다. ‘올인’으로 얻은 관심이 2주 만에 사라지며, 그는 신인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다. 모든 것이 자신 마음대로 되지 않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던 걸까, 진구는 14년 동안 여러 번의 시련을 겪으며 단단해졌다.

“데뷔하고 ‘올인’으로 달콤함을 맛봤어요. 당시 뉴스로도 매일 제 기사가 나왔을 정도였으니까요. 너무 쉽게 본 첫 오디션에서 캐스팅됐고 시청률도 잘 나왔으니 모두 제 뜻대로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그 인기가 2주 밖에 못 가더라고요. 14년 동안 천천히 오다 보니 무슨 일이 생겨도 이겨낼 자신이 생겼어요.”



진구는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또한 다른 작품과 같은 마음으로 임했다. 한 작품에 출연하는 후배 배우들을 챙겼고, 자신이 맡은 서대영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김은숙 작가의 필력과 이응복 PD의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호흡으로 일궈낸 ‘태양의 후예’는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13회 33.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사전제작으로 지난해 연말 촬영을 마친 진구는 모든 것을 비워두고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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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관점에서 드라마를 시청 중이라던 진구는 생각했던 것보다 방송을 지켜보는 일이 신나고 재미있고 설명했다. 송중기, 송혜교 커플이 촬영한 장면을 보며 ‘아 이렇게 촬영했구나’ 생각하기도 하고, 이 장면에서는 어떤 음악이 깔릴까 CG가 나오는 장면은 어떨까 예측하며 보고 있다고.

“사전 제작은 드라마는 처음이었지만 자연스러웠어요. 내 손을 떠났기 때문에 잘 되면 고맙고, 안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촬영이 끝나고 석 달이 지났는데 저는 제가 촬영한 장면을 잊고 살았어요. 그런데 알파팀이나 배우들과 계속 교류하고 있어서인지 새록새록 생각나더라고요.”

“실제 2년 동안 군 생활을 했기 때문에 군대를 다녀온 남자 배우들에게는 쉬웠을 수도 있어요. 저 또한 군인 역할을 두 번째 맡으면서 익숙했었어요. 또 제가 헌병대에 있어서 무게를 잡아야 했던 보직이었거든요. 그래서 서대영을 연기하는데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

지난해 8월 첫 촬영에 돌입한 ‘태양의 후예’는 강원도 태백과 그리스에서 약 5개월 동안 사전제작에 돌입했다. 진구는 오랜 기간 함께 촬영하는 배우를 챙겼고, 솔선수범한 모습으로 작품에 임했다. 특히 태백에 있었을 때는 알파팀 배우들과는 끈끈한 우정, 전우애까지 생길 정도였다고.

“기범 역을 맡은 민석이는 처음부터 남다른 교감이 이었어요. 나이가 어린 데 남자답기도 하고, 성실한 친구더라고요. 함께 촬영하면서 성인 배우로서 대처해야 하는 자세, 막내 스태프 챙기는 방법 등을 알려준 것 같아요. 실제 서대영과 김기범의 사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극 중 연인으로 등장하는 김지원과의 연기호흡은 어땠을까. 두 사람은 실제 12살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절절한 커플 연기를 선보이며 애틋한 러브라인을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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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진지하고 어른스러웠어요. 제가 유부남이어서 부담스러워하지 않았고, 그리스에서 촬영할 때는 사적으로 자주 만나 연기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둘의 관심사가 ‘태양의 후예’뿐이니 연기자 대 연기자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았죠. 간만에 신선한 고민을 하는 후배를 보니 조언해주면서 저도 많이 배웠어요. 군인 연기가 어색했을 텐데 스스로 100점짜리 준비를 해왔더라고요.”

‘태양의 후예’를 촬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지난해 첫아들을 얻게 된 진구는 갓난아기를 아내에게 맡겨놓고 촬영장으로 떠나야 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지만, 결혼 후 또 다른 책임감을 느낀 진구는 목숨 걸고 연기할 힘을 얻었다.

“태백과 그리스에서 촬영할 때 제일 힘들었어요. 그 마음을 달래준 게 알파팀이었어요. 몰래 운 적도 있었다니까요. 결혼 이후 나 자신 말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두 사람이 더 생겼잖아요. 부담이라기보다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목숨 걸고 일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14년의 시간 동안 진구는 수없이 스스로를 다그치고, 일으켜 세우며 달려왔다. 쉴 새 없이 파도칠 때도 있었고, 잔잔하게 지나갈 때도 있었을 터. 그래서 지금의 인기와 관심에 쉽게 동요되지 않는 것 또한 정상에서 느낀 달콤함 이면에 있는 쓴맛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던 진구의 두 눈은 편안해 보였다. 죽을 때까지 연기만 하고 싶다던 그는 70년 후 레페를 타고 내려오는 100살 할아버지를 연기하고 싶다며 웃었다. 그의 달콤한 꿈이 이뤄지기를 빌어본다.

윤효진 기자 yun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