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배우 뷰] 악역도 호감으로 바꾸는 훈남ㆍ훈녀 배우들

‘악역 전성시대’다. 청순하고 착한 역할을 맡아야 대중들에게 사랑받는다는 법칙을 깨트리고 많은 배우들이 악역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평소 따뜻한 훈남ㆍ훈녀 이미지를 갖고 있던 배우들이 악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자신의 이미지를 깨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착한 이미지의 이들이 악역에 도전하는 것은 기존의 따뜻한 이미지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충격을 줄 수도 있지만, 캐릭터에 신선함이 부여될 뿐만 아니라 배우 개인에게는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기회가 된다.



물론 악역이라고 다 같은 악역은 아니다. ‘나쁘다’와 ‘좋다’를 한 평행선 위에 놓는다면 완벽하게 왼쪽에 존재하는 인물이 있고, 조금 더 오른쪽에 놓인 인물이 있다. 게다가 그들의 행동은 당위성 있는 경우도 있으며,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악역도 있다.

류준열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어른들에 이끌려 나쁜 생각을 하며, 공명은 안쓰러움을 자아내는 악역이다. 또한 한효주는 순수한 소녀에서 악역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김소현은 청소년기의 까칠한 아이다.

출처:/ 필라멘트픽쳐스
출처:/ 필라멘트픽쳐스

#. ‘글로리데이’ 류준열

영화 ‘글로리데이’ 상영이 끝나고 관객들의 입에서는 ‘류준열 연기가 충격적이다’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앞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멋진 훈남 고등학생을 연기했던 그였기에 청춘물에서 그의 훈훈한 모습을 상상하고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많았던 터였다.

‘글로리데이’에서 류준열은 어른들의 세계에 입성한 후 가장 많이 흔들리는 인물로, 어른들을 따라 친구를 배신하는 지공 역을 맡았다. ‘응답하라 1988’의 의리남의 모습과 전혀 다른 인물인 것이다.

사실 류준열의 데뷔작인 영화 ‘소셜포비아’에서도 그는 사회 정의를 실현한답시고 다수의 힘을 앞세워 한 사람을 몰아가는 지질한 캐릭터였다. 게다가 류준열은 이제 데뷔한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인이기에 하나의 모습에 정형화할 수 있을 시기가 아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에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바다.

출처:/ '수색역' 스틸
출처:/ '수색역' 스틸

#. ‘수색역’ 공명

영화 ‘수색역’에서 공명은 다혈질에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폭탄 같은 상우 역을 맡았다.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어 세상에 반항하고 싶어 하며, 인간 이하의 인물이 되어간다.

평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했던 공명을 떠올린다면 과산화수소로 노랗게 탈색한 머리에 얼굴의 절반 이상이 피멍으로 가득한 그의 모습은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그는 마치 정신병자처럼 지내며 언제나 술에 취해 시비를 거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그는 어떤 역할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충족시켰다.

출처:/ '해어화' 스틸
출처:/ '해어화' 스틸

#. ‘해어화’ 한효주

데뷔 때부터 청순함과 환한 미소로 대중들에게 어필했던 한효주가 데뷔 10년 만에 영화 ‘해어화’를 통해 악역을 소화했다.

이 영화에서 한효주는 순수한 소녀에서 질투에 눈에 멀어 극에 치닫는 여인의 모습이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한효주가 맡은 소율은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자신의 가장 친한 동무와 사랑에 빠지자 질투심에 사로잡히고, 자신의 재능마저 믿지 못하게 되면서 이들을 방해하기 위해 악행을 저지른다. 광기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스릴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한효주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얼굴을 보며 그의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반가워하게 될 것이다.

출처:/ '페이지터너' 포스터
출처:/ '페이지터너' 포스터

#. ‘페이지터너’ 김소현

피아노 대회에서 최고상을 받아도 뚱한 표정 짓는 아이, 친구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다가 욕을 하며 친구를 무시하는 아이, 협박과 부탁을 구분하지 못하고, 감사하다고 말할 때도 성질을 내는 사춘기 까칠한 소녀. ‘페이지터너’에서 김소현이 맡은 윤유슬의 모습이다.

앞서 영화 ‘순정’, 드라마 ‘후아유 2015’ 등에서 선보인 첫사랑의 순수한 모습에서 까칠한 아이로 변신한 것이다. 유슬 역은 까칠함 속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김소현은 인물의 내면까지 표현하며 따뜻하고 까칠한 아이를 완성해 냈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