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에너지신산업, `온고지신`이 필요하다

[에너지포럼]에너지신산업, `온고지신`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 에너지 관련 시장, 산업 정책은 모두 에너지신산업에 집중되고 있다. 전력 대란으로 고통 받던 지난 일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의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미 전력 수급이 안정화된 지금 상황에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밝힌 에너지신산업 전략을 보면 이미 지난 시기에 대부분 논의된 사안이다. 2011년 제주스마트그리드실증사업 등에서 연구개발(R&D), 실증 과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어렵게 진행된 `스마트그리드`라는 아이콘이 재수, 삼수를 거쳐 다시 한 번 재시험에 도전하는 모양새다. 그만큼 에너지 분야 혁신은 쉽지 않다. 그러나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듯이 신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의 시행착오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제주시 구좌읍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우리 에너지업계는 경제성 부족 등을 실감하면서 혁신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당시 수많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 사업자의 법적 지위 보장, 정보 공개와 개인정보보호 양립 등 시장 제도 보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지능형 전력망촉진법`이 그것이다. 당시 제주에 상주하고 있던 실무자들이 현장에 발품을 팔아 가며 고생해서 만든 특별법이다. 그만큼 지능형 전력망촉진법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게 아니다.

지금 에너지 시장 여건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 국제 초저유가와 높은 전력설비 예비율 등은 오히려 경제성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에너지신산업은 어떠한 명칭으로건 어떤 시점에서건 반드시 추구돼야 하는 산업임에는 분명하다. 이렇듯 어려운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해 지금 정부가 추구하는 신산업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 전 분야에 걸쳐 전력 수급에 기여하는 동시에 수출도 실현할 수 있는 성장동력화를 앞당길 기술 옵션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전력 통신기술(IT),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연료전지, 가스터빈 국산화 등 에너지기술의 스펙트럼을 확대하는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의 전력 수급 상황을 감안할 때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 수요반응(DR)은 이미 충분히 지원되고 있거나 국내 시장에서의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 제주 중심의 전기자동차 보급 사업과 신재생에너지 간 전력 거래 허용 등 사업 등은 적극 확대 지원해야 한다. 이와 같이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는 항상 변화하는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분석, 적시에 실행돼야 한다.

지원 방식과 관련해서도 수급 안정과 수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선명하게 설정해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출 가능성을 위해 트랙레코드를 제공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보급 목표 달성에 급급하다가는 자칫 현재 한국전력공사의 대규모 흑자 해소를 위한 방만한 투자로 평가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변화된 수급 여건 아래에서 전력망고도화와 소비자단의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것도 수출과 구분해 설정해야 한다. 또한 사안별로 투자경제성은 반드시 엄정한 계산에 입각해 평가해야 할 것이다. 정부 주도 사업은 낙관론과 신념만으로 이뤄질 것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신산업 제도 안정성을 위해서는 법 제정의 효율성을 감안, 지능형전력망촉진법의 재활용 가능성을 고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자칫 법제처로부터 중복이라는 지적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신산업은 에너지계가 늘 추구해야만 하는 필수 사안이면서 동시에 지난날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다. 우리 정부의 신산업 정책은 반드시 소기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 신산업 정책이 좀 더 성숙한 내용으로 개선돼 중단기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신산업 정책이 캠페인성이 아닌 기업 주도형 성과를 도출하길 기원한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cskim40718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