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선랜 못 쓰는데 스마트워크 하라고

무선인터넷 시대가 열렸지만 공무원은 무선랜(와이파이)으로 업무를 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모바일 오피스`와 `스마트워크`를 강조하지만 무선랜 접속은 막아 놓은 것이다. 이 같은 촌극이 벌어지는 것은 보안 문제 때문이다.

`2014년 국가정보보안 기본지침`은 공공기관 내부와 현장 행정업무 시 기본적으로 3G 및 4G 네트워크만 허용한다. 와이파이는 대민 서비스에만 쓸 수 있다. 이동통신망을 지원하지 않는 와이파이 전용 모바일 단말은 원격 제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선은 유선과 달리 중간에서 해킹 시도가 쉬울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이 때문에 외근 중인 공무원이 유선이 연결된 장소에서만 업무를 보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유선 인터넷이 지원되는 스마트 오피스를 찾느라 거리를 헤매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시간 낭비로 업무 효율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무선 보안기술 발달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고 꼬집는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은 이미 안전장치를 마련, 업무에 와이파이를 사용하고 있다. 공공기관 가운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무선 업무용 솔루션을 개발했다.

기술이 개발됐지만 국가정보원의 까다로운 보안적합성 인증 절차도 무선랜 보급을 가로막는다. 기관마다 일일이 국정원의 보안적합성 검증을 통과해야 현장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TRI가 개발한 시스템도 ETRI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범용 보안기술을 기관마다 몇개월씩 걸려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 때문에 아예 도입을 포기하는 기관도 많다. 차제에 공공기관의 공통 업무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보안시스템의 일괄 적용도 검토할 만하다.

모바일 전자정부를 세계 최초로 구현하겠다는 정부가 무선랜조차 사용하지 못한다면 개도 웃을 일이다. 그것이 기술보다 행정상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하루빨리 뜯어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