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올해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이 이전의 산업혁명들과 비교해 속도, 범위, 영향력에서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시카고대 역사학자 케네스 포머런스는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났는데 왜 같은 시기에 중국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못했는가`라는 의문을 품었다.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은 포머런스가 정립한 이론이 바로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 이론`이다.
대분기(大分岐) 이론에서는 지식·기술 축적 같은 `내생적 잠재력`, 예상치 못한 발명이나 역사 사건 같은 `우연에 의한 분리`, 기술과 사회시스템 진화 같은 `내재적 발전`으로 산업혁명이라는 인류사의 대변혁이 초래될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물방적기 발명(1779년·영국), 증기기관차 발명(1825년·영국), 근대 석유시추 시작(1859년·미국), 월드와이드웹 서비스 시작(1991년) 등이 바로 대분기의 단편 사례다.
지난 세 차례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와 기업이 세계경제를 석권할 것임은 자명하다. 이 때문에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디지털 자이언트들이 제4차 산업혁명으로의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세계 주요국들도 저마다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제4차 산업혁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강점으로 하는 산업인터넷, 독일은 제조업의 강점을 무기 삼아 하는 인더스트리(Industry)4.0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산업로봇 기술을 활용하는 로봇 중심 사회로의 변신을 도모하고, 중국은 막강한 시장을 강점으로 물리적 영향력 확대와 인터넷 플러스(中國大腦) 등을 통해 제조 강국으로의 도약을 시작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 추진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을 촉발하는 동력이 바로 정보통신기술(ICT)의 새로운 기술 파도다.
ICT의 세계는 기술 파도가 쉼 없이 중첩돼 거대한 쓰나미를 만들며 모든 것을 집어 삼킨다.
ICT 제1의 파도는 1980년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었다. 제2의 파도는 1990년대 인터넷, 월드와이드웹(www), 브로드밴드에 의한 사이버 공간 생성과 거대한 `매개 장터`의 출현이었다. 2000년대에 시작된 `모바일 빅뱅`과 스마트폰 범용화로 촉발된 제3의 파도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연이어 새로운 파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모바일 빅뱅으로 촉발된 사물인터넷(IoT)으로 말미암아 물리적 공간과 사이버 공간의 `초연결성`이 확장되고, IoT에서 점화된 빅데이터는 클라우드 기반 위에 AI가 더해지는 `초지능성`의 진보로 나아가고, 이렇게 중첩된 기술 파도는 이미 슈퍼 쓰나미급으로 확대돼 몰려오고 있다.
결국 새로운 ICT 파도의 본질은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에 기반을 두고 수확가속의 법칙이 작동하는 `초증강현실` 도래이자 제4차 산업혁명의 촉발이다.
바야흐로 제4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경제·사회 시스템에 거대한 변화와 기회를 예고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기회포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지능정보국가 실현을 도모하는 국가미래 정책을 추진해야 할 중대하고 급박한 시점이 지금이다. 우리의 강점을 기반으로 한 국가 전략과 정책을 수립, 새로운 ICT 파도의 본질 이해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지혜가 절실하다.
로마제국의 정치가이자 서사시인 실리우스 이탈리쿠스는 “꾸물거리지 마라, 위대한 행운의 기회는 짧다!”라고 했다.
우리가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분기, 즉 `위대한 행운의 기회`를 선점하고자 한다면 더 이상 꾸물거릴 시간은 없을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문장을 다시 새겨야 할 오늘이다.
이상훈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shlee@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