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111>경제활성화는 정부가 아닌 기업의 몫이다

[이강태의 IT경영 한수]<111>경제활성화는 정부가 아닌 기업의 몫이다

한국경제가 저성장 늪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정부는 올해 3.1%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2.7%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 LG경제연구원은 2.4%까지 낮춰 부르고 있다. 2011~2015년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3.7%, 2.3%, 2.9%, 3.3%, 2.6%로 2%대 성장이 뉴노멀이 됐다.

정부가 여러 경제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금리를 인하해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니 정부도 답답할 것이다. 더더구나 총선 결과가 여소야대가 되어 정부여당이 택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왜 정부가 온갖 정책 수단을 동원해도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정부가 이끌면 기업들이 따라가고 있는가? 정부가 특정 영역에 마중물을 부으면 기업들이 따라서 투자를 하고 있는가?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 관련 입법만 되면 경제가 활성화될 것인가?

정부와 기업의 경제 현실에 대한 인식이나 투자 방향이 엇박자 난 것은 경제에 대한 정부 역할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 해외주주 비율이 50%를 넘었다. 대기업 해외매출 비중이 국내매출 비중의 50%를 넘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직원 숫자도 해외가 더 많다. 해외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국내에서 정책 수단들이 한계가 있는 것이다. 20~30년 전의 산업화 시절과는 경제 규모와 환경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예전에 제조업이 경제를 이끌던 시절에는 대규모 시설투자가 중요했다. 정부가 은행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고 대기업은 이 자금을 받아서 시설 투자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디지털경제 시대다.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 하드웨어(HW)가 아닌 소프트웨어(SW), 근면이 아닌 창의, 자가가 아닌 공유, 대기업이 아닌 벤처의 시대다.

미국을 보자. 2015년 경제성장률이 2.4%다.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두 배다. 2015년 매출 기준으로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미국 기업의 수는 128개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으로 보면 500대 기업 가운데 198개다. 미래 성장성에서도 미국 기업들이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한국은 매출액 기준으로 17개, 시가총액으로 3개에 불과하다.

미국 기업이 이렇게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는 배경에 정부의 정책 주도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금리 정책이나 입법 지원은 하겠지만 자금으로 마중물을 붓거나 무슨 선포식을 하거나 벤처벨리 개소식을 한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정부라고 하는 관료 조직은 창의와 협업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디지털경제와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 이 점을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고 정부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조바심에서 이것저것 발표만 하고 있으면 그러한 정책의 실효성도 없고 기업들도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제 활성화는 멀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지금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소득불평등, 지역불균형, 세대간 갈등, 가정 해체, 높은 자살률, 노인 빈곤 등 수많은 문제가 있다. 그 문제들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그 근저에는 낮은 경제성장률이 자리 잡고 있다. 경제가 활성화돼야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회복되고,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넘치고, 직장인들이 실직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은퇴한 사람들이 재취업을 하게 되면 개인 및 사회 문제를 순리대로 풀어 나갈 여력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 경제가 다시 한 번 재도약하려면 정부가 아닌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 정부는 뒤에서 밀어 주면 되지 앞에서 끌려고 하면 안 된다. 정부는 5년 뒤, 10년 뒤의 일을 기획해서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효율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경기 활성화는 기업에 맡겨야 한다.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하고, 기업 활동의 대못을 뽑아 주고, 자유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만 조성해 주면 된다.

많은 전문가가 한국경제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는데도 우리 모두가 곧 나아지겠지 하는 근거 없는 희망에 사로잡혀서 꼼짝도 안 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혁신과 구조조정은 안 하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고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 우리 경제도 자동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모든 문제는 경제 문제다. 진보와 보수가 이념적으로 싸우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누가 돈을 내서 누구에게 나눠 줄 것인가의 단순한 문제다. 그만큼 경제가 중요하다. 그리고 미국 경제 부흥에서 보듯 새로운 디지털 경제에서의 새로운 주역은 기업이고, 그 가운데에서도 벤처다. 그러니 정부도 이들을 통해서만 경제 활성화를 할 수 있을 뿐이다.

거시경제 정책으로 기업을 이끌고 가면서 경제 활성화를 시키려고 하는 것은 디지털 경제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정보기술(IT)을 통해 혁신하고 그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업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순수하게 기업의 몫이다. 기업은 돈 되는 사업이면 정부가 말려도, 외국에 나가서라도 투자한다. 기업은 수익이 있으면 투자한다. 투자가 되기 시작하면 경제는 당연히 활성화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