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I는 중국이 배출한 세계 1위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DJI는 세계 민간 드론 시장 70%를 점유했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세계의 공장`에 머무르지 않는다. 화웨이, 샤오미, 텐센트, 알리바바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세계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선정한 `세계 50대 혁신 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이 30%를 차지했다. `모방꾼(카피캣)`이라는 조롱은 옛말이다.
수많은 중국 혁신 기업 가운데에서도 DJI의 지위는 특별하다. 회사가 속한 영역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군사용 드론이 대세이던 때 민간 드론 시장 가능성을 보고 혁신 제품을 쏟아냈다. `X`자로 뻗은 뼈대(프레임) 끝에 네 개의 회전익(프롭)을 설치한 `쿼드콥터` 기체 구조는 이제 드론에서 일반형이다. DJI 디자인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 회사의 혁신 비결은 `불만족`이다. 괴짜에 가까운 프랭크 왕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집념은 종종 스티브 잡스에 비견된다. 그가 회사에서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Good enough is not good enough(이 정도면 됐다는 걸로는 충분치 않다)”다. 자기만족에 빠지지 마라는 점을 끊임 없이 강조하며, 직원들은 대부분 이 가치를 공유한다.DJI 관계자는 “드론은 매우 섬세하고 복잡한 기술을 요구한다”면서 “DJI 직원은 기술에서 자기만족에 빠지는 것을 싫어하고 지양하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기술의 확장성, 응용성을 연구한다”고 전했다.프랭크 왕 CEO는 최고기술책임자(CTO)도 겸하고 있다. 제품 개발에 직·간접으로 관여한다는 얘기다. 그의 카리스마가 제품과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보도에 따르면 왕 CEO 사무실 앞에는 `머리를 갖고 들어올 것`과 `감정은 갖고 들어오지 말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언제나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왕 CEO의 일면이다.지난해 4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신형 팬텀3 출시 행사장에 불참한 일화도 유명하다. 포브스는 왕 CEO의 불참 이유를 “(그가 기대한 만큼 팬텀3가) 완벽하지 않아서”라고 전했다. 팬텀3는 한국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DJI 제품이다. 안정된 비행과 고화질 영상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DJI는 세계 1위에 올라선 지금도 기술 중심 회사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 전체 직원 5000명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1500여명이 개발 파트에 근무하고 있다. 이들 직원은 엔지니어, 생산인력, 제품 개발 스태프다. 이 인력을 바탕으로 비행제어장치(FC)를 비롯한 핵심 기술 대부분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지난해에도 세계적인 인재 2명을 영입했다. 테슬라모터스 자동조종장치 부문 임원이던 대런 리카도(Darren Liccardo), 애플 안테나 디자인팀 수장이던 롭 슐럽(Rob Schlub)을 영입했다. 두 거물 엔지니어는 DJI 실리콘밸리 R&D센터를 이끌면서 공대생을 상대로 채용 로드쇼를 진행하는 등 기술 인력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핵심 기술 내재화는 가격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는 게 DJI의 설명이다. DJI는 완제품뿐만 아니라 FC, 카메라 짐벌, 작동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SW)까지 자체 개발·생산하고 있다. 핵심 기술을 외부에서 공급받을 때보다 비용 효율이 높고 최적화에도 유리하다.DJI 관계자는 “FC가 됐든 카메라 짐벌이 됐든 알고리즘을 생성하고 SW를 구축해 완제품을 만들기까지 대부분 기술을 인하우스로 개발한다”면서 “이것이 DJI가 혁신 제품을 합리 가격에 출시할 수 있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DJI 경쟁력은 풍부한 R&D 인력 풀”이라면서 “인력 채용에서 R&D 인재 채용에 굉장한 중점을 둔다”고 덧붙였다.
FC는 비행체 동작을 제어하는 칩과 SW가 집적되는 회로 보드로 드론 두뇌 역할을 한다. 짐벌은 움직이는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는 영상을 촬영하도록 하는 일종의 지지대다. DJI는 드론 완제품을 만들기 전부터 짐벌을 만들었다. 이는 오즈모, 젠뮤즈 등 카메라 제품을 출시하는 기반이 됐다.
세계 최고 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처럼 움직인다. R&D 과정에서 철저함을 추구하지만 의사 결정과 추진은 신속하다. 최초의 완제품 드론 `팬텀1`은 2013년 초에 나왔다. 짐벌, 프로펠러, 기체, 조종기를 패키지로 구성해 박스를 연 뒤 1시간이면 날릴 수 있었다. 당시로서는 `쉬운` 혁신 비행체였다. 이후 3~4년 동안 팬텀, 인스파이어 시리즈를 포함해 무려 10개 모델을 선보였다. 민간 드론 시장의 폭풍 성장은 DJI `속도전`과 맥을 같이했다.
한국 시장 진출 과정도 비슷했다. DJI 내 `한국팀`이 꾸려진 건 지난해 중순이다. 처음에는 DJI코리아 법인 설립을 준비한 게 아니라 한국 시장 상황을 분석하는 임무를 맡았다. 한국 시장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되자 곧바로 법인 설립을 결정했다.
결정 3개월 만에 실제로 DJI코리아를 설립했다. 법인 설립에 단 3개월, 전체 준비 기간을 모두 합해도 6~9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모든 과정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스타트업 특유의 개방된 빠른 의사 결정이 여전히 살아 있다. DJI는 이제 7개국 15개 지사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그럼에도 R&D, 마케팅 전반에서 여전히 스타트업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DJI코리아 관계자는 “DJI는 스타트업 정신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결코 낯설지 않다”면서 “6~9개월이라는 시간도 DJI 분위기로 보면 평범한 수준이지 특별히 서둘렀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