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아웃사이더, ‘세상과의 타협’ 그리고 ‘내려놓음’

출처:/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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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아웃사이더가 지난해 발매한 정규 4집 리패키지 앨범 ‘비컴 스트롱거(Become Stronger)’로 돌아왔다. 더 단단해진 아웃사이더는 이번 앨범을 통해 5년 만에 방송활동을 재개했다. 또한 소속사 대표의 자리에서 내려와 다시 래퍼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며 음악에만 집중하게 됐다. 1년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던 아웃사이더를 만나 그동안의 근황과 이번 앨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무대에서 노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전에는 전투적이었고, 잘 해야 하는 걸 증명해야했어요. 공백기가 생기며 무대에 대한 간절함도 생겼고 여유도 생겼어요. 지난 1년은 그런 걸 알게 된 시간이었죠.”

아웃사이더에게 여유가 느껴졌다. 속사포 랩을 할 때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인터뷰를 이어갔지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출처:/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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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해 음반을 만들고 나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슬럼프가 길었고, 공백도 길었으니까요. 시선에서 멀어지고 휘둘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창작에만 몰두했는데, 아웃사이더 앨범 중 완성도가 제일 높은 앨범이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1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아이가 생기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단순히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시선도 생겼어요.”

그는 결혼 이후 외로움의 형태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외톨이’와 ‘주변인’을 불렀을 때는 지극히 혼자여서 외로움을 노래했다면 자신이 책임져야 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자신이 잘해내지 못했을 때 갖게 되는 두려움이 생겼다고. 때문에 아웃사이더는 자신이 가장 치열하게 작업했던 4집 앨범을 다시 작업하게 됐다.

“리패키지 앨범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균형이었어요. 녹음을 다시 하고 마스터링도 다시 하며 기존 앨범과 연결고리를 만들어갔죠. 사운드도, 발음적인 부분에서도 힘을 뺐어요. 여백과 힘을 빼며 완급 조절을 하게 됐죠. 불규칙 속에서 규칙을 찾아가는 저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리패키지 앨범이지만, 지난 1년 동안 작업한 신곡 ‘피고 지는 날들’과 ‘비컴 스트롱거’가 수록됐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담은 곡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쓴 ‘디스’ 곡은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지금 이 순간 아웃사이더의 가장 진솔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피고 지는 날들’은 씨를 뿌리고 꽃이 피고 지기 반복되는 모습들을 떠올리며 썼어요. 인연의 상처, 끊임없이 꿈을 꾸고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삶, 꿈을 꾸지 않으면 도태되는 삶을 생각했어요. 이제야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거죠. 이번에 함께 작업하게 된 라뮤즈라는 친구들도 우여곡절을 겪던 친구들이거든요. 누군가를 도와주고 서포터 하는 삶을 살던 친구들이 노래하면 이 노래를 불렀을 때보다 솔직한 감정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출처:/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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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컴 스트롱거‘는 저의 팬이었던 분의 독설을 보고 쓰게 된 곡이에요. 리패키지 앨범의 근간이 된 트랙인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디스 곡을 만들어보자 생각했죠.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살아왔는데, 저를 오랫동안 좋아해 준 팬이 ’한물 간 거야. 그대로 있다 도태되고 잡아 먹혀. 제발 너로 다시 생각을 고쳐먹고 바뀌었으면 좋겠어‘라는 글을 보고 충격 받고 쓰게 됐죠.”

아웃사이더는 스스로를 디스하며 숨겨왔던 자신의 모습을 꺼내게 됐다. 시대를 받아드리고, 걸맞을 옷을 입어야겠다고 다짐하자 그제야 비로소 하나씩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에게 받은 독설은 아웃사이더를 변하게 했다.

“저는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누군가의 상처를 치료해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제가 의사도 아닌데 어떻게 상처를 치료해줄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하지만 제 상처를 먼저 꺼내놓으면 상대방도 꺼내놓게 돼요. 같이 공유하면 치료가 되지 않더라도 같이 아파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위안이 아닐까요. 젊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서 계속 관심을 갖고, 영원히 철들지 않겠다는 제 철학처럼 영향력을 주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정상에서 내려온 아웃사이더는 음악을 계속 하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았다. 끊임없는 고민 끝에서 마주한 독설은 아웃사이더를 래퍼 본연의 자리로 되돌려 놓았고, 타협점을 찾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아웃사이더는 불규칙 속에서 찾은 규칙 위에서 가사를 쓴다. 자신의 상처에 공감하고 행복을 느낄 누군가를 위해.

윤효진 기자 yun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