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농정, 다시 크는 농촌경제]<2>한국형 스마트 팜, 성공스토리

“생산량이 30%나 늘어났어요. 하우스 한 동에 5톤씩 나오던 참외가 6.5톤씩 나오기 시작했다니까요. 뿐만이 아니에요. 빛깔이 노랗고 단단한 게 상품성까지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경북 성주 소학리에서 1.2㏊(1만2000㎡)에 비닐하우스 16동 규모 참외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김상규 도흥참외정보화마을 대표는 2013년 도입한 스마트 팜 시스템 덕분에 신바람난다. 예전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비닐하우스를 들락거려야 했지만 이젠 가보지 않고도 참외 상태를 훤히 알 수 있어 번거로움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참외 품질이 좋아져 매출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규 성주도흥참외정보화마을 대표가 스마트 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김상규 성주도흥참외정보화마을 대표가 스마트 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김 대표는 작년 정부 도움으로 스마트 팜을 도입할 때만해도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30여년 참외 재배 노하우를 가진 사람보다 낫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세기 대국을 앞뒀을 때와 같은 반응이었지만 스마트 팜을 설치한 비닐하우스 참외가 그렇지 않은 참외보다 품질과 생산성면에서 월등하게 차이나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도흥참외정보화마을은 스마트 팜을 도입하고 나서 생산량이 30% 늘어났고 관리시간도 하루 네 시간에서 한 시간으로 줄어들자 스마트 팜 설치 면적을 확대했다. 인근 농가도 스마트 팜에 관심을 가지면서 설치가 늘어나는 추세다.

21개 딸기 재배 농가가 참여해 공동으로 상품을 출하하는 원스베리 직원들이 딸기를 포장하고 있다.[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21개 딸기 재배 농가가 참여해 공동으로 상품을 출하하는 원스베리 직원들이 딸기를 포장하고 있다.[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전남 담양에서 21개 딸기 재배 농가가 참여해 공동으로 상품을 출하하는 농업회사법인 원스베리도 스마트 팜으로 최적 환경관리가 가능해져 생산량이 늘어났다. 품질도 균일해 백화점 등 고급 마켓으로 직거래하면서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스마트 팜을 도입한 원스베리는 생산량이 10a당 3030㎏에서 19% 많은 3606㎏으로 증가했다. 관리시간도 하루 여섯 시간에서 한 시간으로 줄었고 정품비율도 65%에서 80%로 15%포인트 끌어올렸다.

사무실 PC로 전체 비닐하우스 상태를 확인하고 환경을 조정할 수 있다. 김성수 삼천리농장 대표가 원격으로 비닐하우스를 확인하고 있다.[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사무실 PC로 전체 비닐하우스 상태를 확인하고 환경을 조정할 수 있다. 김성수 삼천리농장 대표가 원격으로 비닐하우스를 확인하고 있다.[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전남 화순 삼천리농장은 화훼에서 토마토로 작목 전환한 지 3년 만인 2014년 스마트 팜을 도입한 결과 생산량이 20% 늘어났고 관리시간도 57% 줄었다. 덕분에 순이익이 30% 늘어났다. 김성수 삼천리농장 대표는 “토마토 재배 경험은 길지 않지만 수치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실내 환경조건을 맞춰주는 스마트 팜만 있으면 실패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섰다”고 밝혔다.

충남 부여 배불뚝이 농원은 2014년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모델개발 사업을 통해 스마트 팜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데이터분석에 따른 최적 온실 환경을 조성해 생산성과 품질이 향상됐다. 생산량은 스마트 팜 도입 전보다 15% 증가했다. 특품(1등급) 생산량이 28% 늘어 매출액도 19% 증가했다. 무농약 인증 토마토와 멜론을 수경 재배하는 배불뚝이 농원은 3년째 학교급식으로 공급하고 있고 인천 송도 아파트단지에 직거래로 고정 납품할 정도다.

양조승 화순 딸기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스마트 팜에서 수확한 딸기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양조승 화순 딸기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스마트 팜에서 수확한 딸기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화순 딸기영농조합법인은 2010년 ICT 융·복합 모델개발에 참여해 ICT 효과를 체감한 후 2014년 스마트 팜 확산사업으로 농가 전체면적을 스마트 팜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데이터분석을 토대로 양액을 공급하고 원격·자동 관리로 온실을 최적상태로 유지하는 등 30년 경력 영농기술에 스마트 팜을 더해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딸기 생산량이 10a당 3000㎏에서 3375㎏으로 12.5% 늘어나고 관리시간은 하루 여섯 시간에서 한 시간으로 줄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품목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성과 품질 균일성을 높였고 대형 유통업체와 직거래하기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현장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스마트 팜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