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농정, 다시 크는 농촌경제]<3>축산분야 스마트 팜·빅데이터기반 방역시스템

“예전에는 하루 종일 돼지 키우는 데만 매달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는데, 이젠 자동화돼 남는 시간에 돼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됐어요. 사랑과 관심을 더 쏟는데 생산성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전남 구례에서 산수유양돈농장을 운영하는 박건용 대표는 자동화시스템 덕분에 사람이 돼지를 키우는 데 들였던 시간이 줄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덕분에 돼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그러다 보니 어미 돼지 임신율이 10% 증가하고 어미 돼지 한 마리당 낳는 새끼 돼지 수(MSY)도 유럽 선진국 수준인 27마리로 높아졌다.

산수유양돈농장은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서 어미 돼지 임신율이 10% 상승했다. 박건용 대표가 ICT를 활용한 양돈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산수유양돈농장은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서 어미 돼지 임신율이 10% 상승했다. 박건용 대표가 ICT를 활용한 양돈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박 대표 축사 안에는 냉·난방을 자동 조절하는 시스템과 일정 시간마다 사료가 공급되는 장치, 돼지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는 CCTV가 설치돼 있다. 이 모든 설비에서 모은 데이터는 박 대표 PC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박 대표는 어미 돼지 69마리, 새끼 돼지 960마리를 키우고 있지만 많은 직원이 필요하지 않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ICT 설비에서 축적한 데이터 값을 확인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최적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 거대한 축사가 손바닥 안에 있는 셈이다.

산수유양돈농장 직원들이 돼지를 살펴보고 있다
산수유양돈농장 직원들이 돼지를 살펴보고 있다

박 대표는 농축산 업계 고질적 문제 가운데 하나인 인력부족 문제 때문에 ICT 장비를 도입하기로 결심하고 2014년 실행에 옮겼다. 박 대표는 인력 충원 걱정을 덜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덤으로 얻었다. 작업 시간은 6분의 1로 줄어든 반면에 정밀함은 더해져 생산성이 올라갔다. 양돈 농장에서 생산성을 높이려면 성장 단계별로 사료를 알맞게 줘야 하는데 최적화된 사료 급이가 실현되자 효과가 바로 나타난 것이다. 알맞은 양의 사료를 적정 시기에 맞춰 주니 어미 돼지가 건강해졌고 전체 돼지 수가 28% 늘어났다.

고바우농장은 스마트 팜을 도입하고 나서 월 3억원씩 들던 사료비를 2억원으로 줄였다. 설재식 고바우농장 대표가 스마트 팜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고바우농장은 스마트 팜을 도입하고 나서 월 3억원씩 들던 사료비를 2억원으로 줄였다. 설재식 고바우농장 대표가 스마트 팜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 안성에서 돼지 9400마리를 키우고 있는 고바우농장은 2014년도 스마트 팜 확산사업을 통해 사육단계별 사료급이기 등 ICT 적용 장비를 도입한 지 10개월 만에 기적을 이뤄냈다. 월 3억원씩 들던 사료 값이 2억원으로 줄어들었고 돼지 생장과 품질이 좋아져 MSY가 20마리에서 24마리로 높아졌다. 사료급이 자동화 등 효율적 관리로 1인당 관리하는 돼지 수도 500마리에서 700마리로 늘어나 노동력 절감 효과를 거뒀다.

2014년에 스마트 팜을 도입한 고바우농장은 돼지 9400마리를 키우고 있다
2014년에 스마트 팜을 도입한 고바우농장은 돼지 9400마리를 키우고 있다

2012년 ICT를 활용한 환경관리 및 악취제거 기술과 분뇨처리 자동화시설을 도입한 하이포크 봉동농장은 양돈 농장에서 풍기는 돼지 분뇨 악취를 잡았다. ICT를 활용해 온습도와 환기량을 최적으로 관리해 질병 발생률을 낮추고 분만율 95% 이상을 유지해 MSY 27마리 수준을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축산 폐수와 분뇨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지하로 자동 분리해 펠릿으로 만들어 유기질 비료로 재활용해 제2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ICT는 가축 방역 효율성도 높였다.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는 2012년 말부터 GPS·무선통신 등 ICT를 기반으로 한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가축전염병 예찰부터 진단·통제·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방역관련 업무를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해 AI·구제역 등 질병 발생 시 신속한 역학조사와 차단방역을 하기 위해서다. 2014년 기준으로 전국 축산차량 4만7000대에 GPS를 장착했고, 정확한 출입정보 수집을 위해 GPS 성능개선 작업 중이다. GPS 정확도를 10m 내외에서 1m로 높이고 통신 속도도 3G에서 4G를 병행하는가 하면 정보수집도 출입정보뿐만 아니라 자동차 이동 경로와 전원 On·Off, 기기 오작동까지 확인해 방역통제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사전 예찰로 전남 나주에서 AI 의심축을 발견해 강력한 초동 대응으로 AI를 최초 발생지역인 전남·광주지역으로 국한하는 효과를 거뒀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신속한 백신접종과 탄력적 위기 대응으로 구제역 살 처분 규모와 재정비용을 KAHIS 구축 전보다 큰 폭으로 줄였고 AI 이동제한 구역 내 출하 실적은 끌어올렸다.

<구제역 살 처분 규모 및 재정비용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 살 처분 규모 및 재정비용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AI 이동제한구역 내 출하실적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AI 이동제한구역 내 출하실적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