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마추어 무선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무선 장비를 신고할 때 `일련번호`의 기재 의무를 없앴다. 외국인 아마추어 무선사도 한 달 이내에 한해 장비검사를 면제한다.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KARL)은 “획기적 진전”이라며 반겼다. 국내에 아마추어 무선이 도입된 지 60여년만의 일이다.
일련번호는 자동차로 치면 번호판 같은 것이다. 자동차를 마음대로 개조할 수 없듯이 아마추어 무선장비도 함부로 개조나 변조를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아마추어 무선은 단순히 누군가와 통신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그런 것이라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가 훨씬 유용하다. 아마추어 무선의 묘미는 통신장비를 스스로 만들거나 개조하면서 통신 원리를 알아가는 데 있다. 통신 전문가 가운데에는 아마추어 무선을 통해 통신의 원리와 재미를 터득한 사람이 꽤 있다. 서정욱 전 과학기술부 장관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일련번호는 장비 개조와 변조를 막아 아마추어 무선사의 창의성을 억압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국내에서 꾸준히 지적된 것은 물론 국제아마추어무선연맹(IARU)조차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 우리나라와 필리핀에 규제 철폐를 권고했다. 통신 강국인 우리나라가 아마추어 무선에선 후진국 대접을 받은 것이다.
외국인 규제가 상당 부분 풀리면서 아마추어 무선 국제대회 유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금까지는 장비 검사에만 꼬박 하루 이상이 걸리면서 한국은 아마추어 무선사가 기피하는 국가의 하나로 꼽혔다. 1955년 KARL 설립 이후 아마추어 무선 역사 61년이 된 나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안보 능력이 아마추어 무선 같은 구닥다리 수법을 막지 못할 만큼 부족한 것도 아니다. 전파 간섭을 일으키는 사람에게는 사후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처음부터 모든 가능성을 꽉 틀어막아서는 창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5G통신 시대`를 이끌 인재가 아마추어 무선 동호인 가운데에서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