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입차 할부금융 눈속임 안 된다

시중은행 기준금리 1.5% 시대에 수입자동차 업체의 `폭리 금융`이 도마에 올랐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도 최대 이자는 3%를 넘지 않지만 수입차 할부구매 소비자들은 이자를 최대 11.99% 지불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다.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판매량이 급감하자 수입차 업계는 앞다투어 할인 행사에 뛰어들었다. 차량 가격 7~8%에 이르는 할인금액을 미끼로 고객을 유인한다.

독일 수입차 업계의 가격 할인 규모가 가장 컸다. BMW는 소비자에게 가장 인기 높은 BMW 320d를 최대 800만원까지 할인한다. 차량 가격의 16%다. 아우디 역시 4950만원을 호가하는 A4를 1000만원 할인해 준다.

수입차 전속 파이낸셜 할부 금융 실제 최고금리 (제공=여신금융협회)
수입차 전속 파이낸셜 할부 금융 실제 최고금리 (제공=여신금융협회)

문제는 자동차 가격 할인 정책이 소비심리를 현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는 자사 할부금융사의 높은 금리를 상쇄한다는 명분으로 차 가격을 대폭 할인하고 있지만 일종의 눈속임이다. 4940만원 하는 BMW 320d를 800만원 할인해 주지만 연 8.59%, 36개월 할부금융을 이용할 경우 5200만원대를 지불해야 한다. 실제 지불하는 금액은 기존의 차 가격보다 훨씬 높다. 아우디도 4950만원의 A4를 1000만원 할인해 주지만 소비자는 총 520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통상 할부금리가 3~5%인 국산차 할부금융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수입차업계는 여러가지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포함돼 있어서 금리가 비싼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내차 서비스와 비교하면 큰 차이점은 없다. 최근 소비자가 일시불로 수입차 차량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BMW 5세대 3시리즈
BMW 5세대 3시리즈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팔린 자동차 6대 가운데 1대는 수입차였다. 지난해에만 24만여대가 팔렸다. 지금까지 등록된 수입차는 124만대를 넘어섰다. 이 이운데 할부로 구입한 소비자는 수입 할부금융사에 `고리`를 뜯기고 있다.

수입차업계는 차 가격 할인이라는 미끼로 소비자 눈을 가려서는 안 된다. 앞으로 벌고 뒤로는 손해를 봤다는 소비자가 늘어날 경우 수입차 업계의 입지는 결국 좁아진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당국은 수입차 업계의 할부금융 끼워 팔기, 무차별 차량 할인정책이 문제는 없는지 엄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