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맞춤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기계공학과 의학의 `환상 융합` 결과다.
티앤알바이오팹은 3D프린팅 분야 기계공학과 교수들이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3D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 바이오 분야와 접목했다. 지금은 세계 수준의 생분해성 의료 재료 개발과 생체 조직 재생 기술을 확보했다. 이미 3D프린팅 기술로 만든 생분해성 의료 재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 2014년 9월 포항공대(포스텍)와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은 환자 맞춤형 안면 윤곽 재건 수술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였다.
윤원수 티앤알바이오팹 대표를 4월 14일 오후 경기 시흥시 한국산업기술대 산학융합본부 540호에서 만났다. 윤 대표는 산업기술대 기계공학과 교수다. 교수와 최고경영자(CEO) 1인 2역에 충실하려니 주말도 없다. 윤 대표와 3D프린팅으로 만든 성형 재료를 앞에 놓고 한 시간 반 동안 인터뷰를 했다. 재료를 만져 보니 다공성 그물 형태로 말랑말랑했다.
-이런 수술이 세계 최초인가.
▲3D프린팅으로 맞춤형 안면 윤곽 재건 수술은 우리가 세계 최초다.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를 그대로 분석, 3D프린팅을 한다.
-장점이 뭔가.
▲재료가 생분해성이다. 내부가 다공성 구조이기 때문에 몸 안에서 2년 정도면 분해된다. 이전에는 자신의 갈비뼈 또는 다리뼈를 잘라 사용하거나 타이타늄을 사용, 몸 안에 그대로 남는 문제가 있었다. 수술시간도 2시간 정도로 이전에 비해 단축했다. 사전에 모형을 만들어 넣기 때문에 모양이 아름답고 정교하다. 재료는 물렁물렁해서 가위로 잘라 낼 수 있다. 수술하러 들어갈 때는 만약의 상황을 가정해 3개 정도를 만들어 둔다.
-언제부터 이 연구를 했나.
▲3D프린팅 기술 연구는 포스텍에서 오래전부터 많이 했다.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어디에 이 기술을 적용할지가 관건이었다. 조동우 포스텍 교수가 대학원 지도교수였다. 그러다가 의료바이오 분야와 접목했다. 창업 이전에 제품을 만들었다. 다른 기업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른 것은 이 때문이다. 창업할 경우 플랫폼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늦다.
-창업은 언제 했나.
▲2013년 3월에 설립했다. 설립자로는 조동우 포스텍 교수, 심진형 산업기술대 교수와 내가 참여했다. 처음에는 나와 직원 한 사람이 시작했다. 2014년 5월 벤처기업 인증을 받고 그해 8월 부설 연구소를 설립했다. 2015년 7월 인원이 7명으로 늘었다. 지금은 24명이다. 그 가운데 산업기술대 졸업생이 3명이다. 가을에 2명을 더 채용한다. 앞으로 더 뽑을 생각이다. 기계공학과 의료바이오 분야 졸업생이 더 필요하다.
-허가는 어떤 과정을 거쳐 받았나.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의료기기에 속한다.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과정이나 기준이 엄격하고 까다롭다. 우리는 제품을 만들어 놓고 창업과 동시에 허가를 신청, 1년 6개월 만인 2014년 7월 제조품질관리(GMP) 인증과 의료기기 제조업 허가를 받았다.
-재료는 무엇인가.
▲원재료는 폴리카프롤락톤(PCL)이다. 생분해성이어서 체내에 남지 않는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성분이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수입한다.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다.
-장비 현황은.
▲양산 장비는 4대다. 모두 제조품질관리(GMP) 인증을 받았다. 양산 장비 한 대에서 동시에 4개씩 만들 수 있다. 이 장비는 자체 설계로 제작됐다. 자체 제작을 못하면 특정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복사기를 구입하면 소모품도 그 업체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자체 제작한 관계로 특정 재료에 얽매이지 않는다. 의료기기 제작을 위한 클린룸도 설치했다.
-제품 종류는.
▲크게 환자 맞춤형과 일반형으로 나눌 수 있다. 맞춤형은 말 그대로 환자의 특정 부위에 맞게 제작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일반형이다. 두개안면골 성형 재료의 경우 머리나 얼굴 안면부 골절, 코 연골 조직 재건이나 재생에 적용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 급여에 등재했다. 서울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에서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이 제품의 성능은 어느 정도인가.
▲100점을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티타늄 제품이 30점이라고 하면 PCL은 50점 정도다. TCP(인산3칼슘) 재료를 사용하면 70~80점이다. 새로운 뼈의 형성을 유도해 주는 기능이 있다. 100점 제품은 자기 세포 프린팅이다. 이를 적용하려면 빨라도 10년은 걸릴 것이다. 3D프린팅 기술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 단계다.
-외국의 3D프린팅 업체 현황은 어떤가.
▲이 분야 업체는 미국과 싱가포르에 한 개씩 있다. 의료바이오 접목 업체로 10여 년 전에 창업했다. 특징이라면 모두 기계공학과 교수 창업이라는 점이다. 하는 일이 비슷하다. 뭔가 만들 수 있어야 사업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의료바이오 분야는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경쟁력이 충분하다.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다. 외국에 비해 우리가 앞선 분야도 있다.
-세계 3D프린팅 시장 규모는 얼마로 추정하는가.
▲정확한 통계치는 없다. 2019년까지 1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집약한 바이오칩은 53조원으로 본다. 세포 프린팅은 40조원 정도다.
-한국 시장 규모는.
▲5000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3D프린팅 적용 분야는.
▲모든 분야에 다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이른 이야기지만 훗날 부모님 칠순 잔치 때 효도 선물로 부모님 장기를 바꿔 주는 시대가 올 것이다.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수술 실적은.
▲맞춤형 인공뼈 이식 수술은 3명에게 했다. 일반형 이식은 200명이 넘는다.
-수입대체 효과는 있는가.
▲의료 재료는 국산이 없어서 그동안 모두 수입해 사용했다. 정부의 의료기기 등재 품목을 보니 C 골유합 및 골절 고정용군은 136개 항목인데 모두 수입품이다. 국산은 우리 제품이 최초다. 상당 부분이 국산으로 대체될 것으로 생각한다.
-의사들의 반응은.
▲반응이 좋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분야까지 의사들이 적용을 확대했다. 두개골 성형 재료를 의사들이 낭종을 제거한 환자에게 사용했다. 이비인후과와 구강악면외과에서도 이 제품을 사용한다. 적용 분야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
-투자는 얼마나 받았나.
▲2014년 7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는 신사업창조프로젝트에 선정됐다. 2년 동안 연구비로 23억원을 지원받는다. 이와 별도로 2016년 3월까지 기관 투자를 포함해 11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분을 학교에 기부했다.
▲그동안 학교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 연구한 것을 실용화하고 가능한 한 더 많이 학교에 기부하고 싶다.(윤 교수는 지난 2월 자신이 보유한 주식 1%인 7408주를 학교에 기부했다.)
-관련 특허는.
▲설립자들이 3D프린팅 관련 특허 36건을 등록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1단계는 다양한 생분해성 합성 바이오 프린팅 재료 개발이다. 2단계는 의료 재료, 바이오 잉크, 바이오칩을 사업화할 계획이다. 3단계는 세포 프린팅 기반의 조직과 장기를 프린팅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정부에 바라는 것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신사업창조 프로젝트는 획기적인 제도다. 그러나 잘된 팀은 기준을 정해 후속 지원을 해서 확실하게 정착시켰으면 좋겠다. 이왕 지원한 사업인데 더 많은 업체가 제품을 내놓고 성공해야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으로는 특별한 게 없다. 교수와 CEO를 겸직해 바쁘다. 하지만 함께하는 이들의 행복을 책임지고 이들과 오래 행복을 나누고 싶다. 취미는 여행이다. 요즘은 수영과 등산을 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아이들과 해외여행을 떠난 일이다. 큰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단 둘이 프랑스 파리로 일주일 여행을 갔다.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 딸과 거리는 1m쯤 떨어져 걸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날에는 딸과 팔짱을 끼고 다녔다. 조금의 간극도 없었다.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여행을 떠날 때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나를 위한 여행이라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윤 교수는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텍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부터 한국산업기술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 신산업프로젝트 3D프린팅사업단장직도 겸하고 있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