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숙명여대 정문을 지나면 바로 옆에 창업보육센터 건물이 보인다. 22일 개소 100일을 맞은 오픈스퀘어-D는 건물 4~5층에 자리 잡았다. 오픈스퀘어-D는 정부3.0 정책에 따라 개방된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스타트업 창업과 운영을 돕는 기관이다. 지난 1월 13일 행정자치부 지원으로 문을 열었다. 공공데이터 활용 가치와 저변을 확대하는 씨앗을 뿌린다.
중간고사 기간을 앞두고 캠퍼스가 붐볐지만 오픈스퀘어-D는 매일이 시험기간이다. 늦은 시간에도 5층 협업공간에는 입주 스타트업이 회의를 한다. 진지하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미처 입주하지 못한 스타트업에 대한 배려도 엿보인다. 협업공간은 창업에 열정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입주기업으로 선발되지 않더라도 사물함을 대여하고 사무공간으로 이용케 한다. 단발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장기 이용 창업자도 많다. 회의 중인 입주 기업과 자연스레 소통이 이뤄진다. 오픈스퀘어-D 면담을 통해 요구사항도 들어준다. 공식 개최 행사에도 참석한다.
협업 공간 맞은 편은 테스트룸이다. 테이블에 노트북이 나란히 놓여있다. 각종 데이터 분석 툴이 설치됐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분석을 지원한다. 옆 진열대에는 여러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이 비치됐다. 입주기업이 서비스 개발 시 다양한 하드웨어에 적용해본다.
진열대에 드문드문 빠진 곳이 보인다. 입주 업체에 빌려준 기기가 있던 곳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대표적 혜택으로 꼽는 부분이다.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을 설명한 인포그래픽도 전시됐다.
박영식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눈으로는 공공데이터 개방을 실감하기 어려워 직접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을 더욱 실감하도록 공간을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장비를 갖춘 회의실도 보인다. 구비된 영상장비로 해외 업체와 소통하는 장소다. 글로벌 진출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개인 장비로도 가능하지만 5인 이상 단체 회의를 대비해 만들었다.
4층은 오픈스퀘어-D가 지원하는 스타트업이 입주한 공간이다. 고브이알(GoVR), 이모션북스, 지속가능발전소, 모두의 컴퍼니 등 11개 기업이 위치했다. 지난해 12월 6개 기업이 우선 선정됐다. 올해 3월 5곳을 추가로 뽑아 이달부터 일을 시작했다.
딱딱한 수치뿐만 아니라 소리, 이미지, 문헌 등 사업에 따라 활용하는 공공데이터가 다양하다. 청년 창업인 창의성과 유용한 공공데이터가 만나 결실을 맺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성장도 이뤘다. 고브이알은 지난해 12월 입주 뒤 공공데이터에 가상현실(VR)을 접목한 신규 플랫폼을 열었다. 이달 말부터 용산에 VR체험존을 자체 운영한다.
의료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는 `유노고`는 오픈스퀘어-D 홍보지원으로 해외 투자자, 비즈니스 파트너와 협업을 확대한다. 지자체 주차장 공공데이터를 쓰는 모두컴퍼니는 데이터 수집·분석 등에 신규직원 4명을 채용했다. 올해까지 8명을 추가 채용한다.
지금은 활용도가 높아졌지만 입주 기업 선정 때만 해도 일일이 공공데이터를 설명하고 활용 가치 인식을 심어줘야 했다. 입주 대상 기업 대부분이 처음에는 공공데이터가 서비스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몰랐다. 입주 대상에 해당되는지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100일간 교육에 힘을 기울인 이유다. 그동안 입주기업 대상 밀착형 면담을 진행했다. 운영 방안과 기업 요구 사항을 파악했다.
오픈스퀘어-D는 개소 100일을 맞아 컨설팅을 정례화한다. 지금까지 입주 업체가 필요할 때 비정기적으로 운영했다. 유명 벤처 투자자 등을 초빙해 기업소개서 작성법을 가르친다. 창업멘토가 운영 노하우를 전하고 컨설팅을 진행한다.
기업 간 협업과 노하우 공유를 활성화한다. 최근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커넥션 데이`를 마련했다. 1회는 입주기업 중심 간담회로 진행했다. 앞으로 입주기업뿐만 아니라 공공데이터 활용에 관심 있는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공공데이터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 토론을 벌인다.
박 수석연구원은 “오픈스퀘어-D는 이제 시작”이라며 “100일 동안 입주 기업 모집과 안착에 신경 썼다면 앞으로 공공 데이터에 특화된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