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27>제4차 산업혁명과 상생협력 3.0

[이장우의 성공경제]<27>제4차 산업혁명과 상생협력 3.0

이미 잘 갖춰진 정보통신 인프라 위에서 디지털, 바이오, 나노 기술 등이 급속하게 융합함으로써 제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다. 급속한 기술 융합으로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혁명적 변화가 예상되며, 기업 간 경쟁 구도와 경영 방식도 총체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새로운 기업 생태계에서는 과거와 다른 상생협력 형태가 요구된다.

제4차 산업혁명 전환기에 놓인 경제 주체는 기술 융합과 사회 변화 속에서 어느 순간 발현하는 기회를 포착할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 이익을 우선 달성하려는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을 진정으로 위하고 성공을 대가 없이 나눔으로써 모두가 승자가 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형성하는 접근 방법이 오히려 성공 확률을 높인다. 당장 단기 이익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수의 협력 기업과 수많은 고객을 참여시키고 정보 및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는 것이다.

상생협력 3.0은 정보와 이익의 공유라는 철학적 바탕 위에서 출발한다. 공급자와 고객뿐만 아니라 잠재적 제3의 공급자, 때로는 경쟁자까지 포함하는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상생협력 3.0의 핵심이다. 이러한 상생협력 체제에서 대기업은 내부에서 핵심 아이디어와 기술을 찾으려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 외부 창의 인재와 혁신적 소규모 벤처기업으로부터 아이디어와 활력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우위 획득에 우선 과제다. 후발 추격자에서 창의적 선발주자가 되는 길도 이러한 협력체제 위에서 가능하다.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새로운 시장 기회와 거대한 비즈니스 모델은 예측이 어려운 창발적(emergence) 형태로 등장하기 때문에 내부 역량만으로 감당하기가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외부에서 아이디어와 활력을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수이며. 개방된 상생협력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사실 한국 경제에서 상생협력은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국내시장 개방화와 글로벌 경쟁 격화로 경영 혁신이 본격화됐고, 그 일환으로 상생협력 활동이 시작됐다. 이 시기의 상생협력은 주로 제조 현장을 중심으로 생산성 및 품질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 활동으로는 하청업체에 대한 혁신 기법 전수와 해외 진출,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 지원 등에 집중됐다. 금융, 공장 선진화, 기술 개발, 인력 양성 부문에서 협력사를 지원함으로써 자체 혁신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의 협력 활동은 주로 수직 관계 속에서 일방 지원 형태가 주류를 이뤘으며, 자사 품질 경쟁력 제고가 지상과제였다.

이러한 민간 상생협력 활동은 정치 환경 변화에 의해 더욱 확대됐다. 참여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상생협력을 국가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이후 이명박(MB) 정부도 동반성장 정책으로 정책 기조를 확대해 나갔다. 대기업은 이러한 정부 정책과 증가하는 사회 압력에 대응, 상생협력을 체계화하고 강화했다. 예를 들면 협력사 기술 개발과 경영 안정화를 위한 지원 체계를 정교화하고, 공정거래를 위한 운영체계 개선에 노력했다. 혁신적 협력사를 발굴·육성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집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러한 상생협력 2.0 활동은 글로벌 제조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양방향 협력 관계 구축에 집중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협력사 중심의 폐쇄된 협력 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전통 제조 생태계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력사를 중심으로 한 기존 제조 혁신 생태계의 강점을 살리면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 포착을 위한 새로운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 과제는 선발주자가 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즉 개방형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플랫폼 리더로서 새로운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미래 잠재력이 뛰어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시장 공유를 통해 생태계를 계속 확장해야 한다.

상생협력 3.0은 기존의 협력 관계를 넘어 잠재적 협력업체와도 파트너십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형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은 물론 경쟁자까지도 생태계 구성원으로 포함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실천하는 조직도 단순한 대외 협력 차원을 넘어 전사 차원 추진을 위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상생협력 3.0이란 초연결 사회, 온-오프라인 융합, 사물인터넷(IoT) 및 공유경제 확산 등 기술·사회 변화에 대응한 개방형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야 선발주자형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고, 신성장 동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