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지난 1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상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 보상을 위해 전담 조직과 100억원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홈플러스도 같은 날 검찰 수사 종결 후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 관계가 확인된 피해자들에게 보상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 유족 측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지난 5년 동안 침묵하다가 검찰 소환이 다가오자 면피성 약속을 내놓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00명 이상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옥시)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피해 보상 입장을 밝힌 3일 뒤에야 `서면`으로 입장 자료를 배포했다.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업체가 일방적으로 설명 자료를 뿌렸다.
정작 자료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찾기 어려웠다. 서두에 `가습기 살균제 사안과 관련해 좀 더 일찍 소통하지 못해 피해자와 가족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긴 것을 사과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검찰 수사와 여론 압박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낸 자료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피해자 측은 옥시는 물론 관련 업체가 지난 5년 동안 피해자들에게서 눈을 돌렸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전국을 돌며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영국 옥시 본사까지 찾아갔다.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기업은 피해자와 소비자 앞에 나와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
옥시는 지난 2014년 환경부와 환경보전협회(KEPA)에 조건 없이 기탁한 50억원의 `인도적` 기금에 50억원을 추가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보상금이 아닌 기부금 형태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가해 책임을 에둘러 부정한 셈이다.
검찰은 26일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출시 당시 옥시 임원진을 소환해 조사했다. 전 대표이사, 연구소장, 연구원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옥시 이외 업체 관련 임원들도 줄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 동안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이제라도 검찰이 사건 조사에 나건 것은 환영할 일이다.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 진상이 밝혀지기를 촉구한다.
윤희석 유통/프랜차이즈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