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55> VR산업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선 현대원 한국VR산업협회장(서강대 교수)

현대원 회장은 “VR산업이 기존 산업과 디지털 융합하면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면서 ”처음부터 함께 진화하는 VR 개방 생태계, 공진화(共進化)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현대원 회장은 “VR산업이 기존 산업과 디지털 융합하면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면서 ”처음부터 함께 진화하는 VR 개방 생태계, 공진화(共進化)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현대원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가상현실(VR)산업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섰다.

현 교수는 지난 2015년 9월에 출범한 한국VR산업협회장이다. 대학 교수가 학회도 아닌 산업계의 단체장을 맡는 일은 이례다.

현 교수를 4월 18일 오후 서강대 삼성가브리엘관 110호에서 만났다.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한 VR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듣기 위해서다.

가브리엘관 옆 언덕에는 마치 불이 타듯 붉게 핀 연산홍 군락이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마트폰에 만개(滿開)한 영산홍의 아름다움을 담는 이들도 보였다.

현 교수는 그동안 정보통신과 디지털 콘텐츠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정부 산하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창조분과 위원, 미래창조과학부 규제심사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미래창조과학부 디지털콘텐츠산업포럼 의장을 맡고 있다.

현 교수는 “VR산업이 기존 산업과 디지털 융합하면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면서 “처음부터 함께 진화하는 개방 VR생태계, 공진화(共進化)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가 산업협회장직을 맡은 건 이례다.

▲그렇긴 하다. 일을 해 보니 정부 관련 일을 할 때와 입장 차이가 있다. 정부 시각에서 산업계를 보다가 이제는 산업계 입장에서 정부를 보게 됐다. 중요한 건 VR산업을 어떻게 육성하느냐다. 이왕 맡았으니 한국 VR산업의 상생과 협력 구조를 구축하고 미래 신산업으로 발전하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글로벌 VR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한국 VR 실태는.

▲VR는 이제 태동 단계다. VR는 하이테크 기술이 필요 없어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웬만한 가전제품 기술을 축적한 상태면 만들 수 있다. 현재 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는 30여종이 나와 있다. 고가형 제품은 오큘러스와 소니, 저가형은 구글 카드보드와 중국 업체 제품이다. 한국 대기업은 삼성과 LG 두 업체가 VR사업을 시작했다. 지금 VR는 하드웨어(HW)가 콘텐츠를 앞서간다. 핵심은 콘텐츠 싸움이다. HW와 콘텐츠 간 격차를 좁혀야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고화질의 VR콘텐츠는 영화 제작만큼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걸린다.

-협회 출범은.

▲2015년 9월 미래부 산하 협회로 출범했다. 6월부터 3개월 동안 설립준비위원장으로 있으면서 VR생태계의 여러 현안을 종합해 준비했다. 출범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 10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현재 200여개로 100여개 더 늘었다.

-회원사 실태는.

▲회원사 95%가 직원 10명 미만이다. 기술, 인력, 자금 가운데 자금이 가장 큰 문제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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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떤 일을 했나.

▲지난 3월 `제1회 비즈니스 매칭데이`를 열었다. 영세한 VR업체에 자금 확보를 돕기 위해서다. 15개 업체가 프로젝트 피칭에 참여했다. 금융권에서 신한금융그룹, 신용보증기금, ES인베스트, SV인벤스트먼트, 케이벤처그룹 같은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많은 VR업체가 자본과 만날 수 있도록 분기별 비즈니스 매칭데이를 개최할 방침이다. `2회 매칭데이`는 6월에 연다. 캐피털사 대표들이 행사에 참석, 멘토링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5월에 한국VR VC포럼을 발족해 벤처캐피털(VC) 대표들을 VR협회 전문 멘토단으로 활동하게 할 계획이다.

-VR가 미래 성장 동력인가.

▲VR가 3D영화나 3D게임에 그친다면 한계가 있다. 그러나 VR가 기존 산업과 융합하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국방, 관광, 건축, 교육, 의료, 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산업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관광지를 VR로 콘텐츠를 만들면 관광객 유인 효과가 클 것이다. 헬스케어에 VR를 사용하면 몰입감이나 재활치료, 심지어 치매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교육도 활용이 무궁무진하다. 미국에서는 초·중·고 교재를 VR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의대의 인체해부 실습도 VR로 대체한다. 군사용으로도 VR를 사용한다. 전투기 사격이나 대전차 훈련 분야에 VR를 적용한다. 우리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미래부와 국방부가 ICT를 국방과 접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 바람직한 일이다.

-세계 VR 시장 규모는.

▲시장조사기관의 예측 발표를 보면 2020년까지 증강현실(AR)과 VR를 합해 180조원으로 예측된다. VR만 40조원으로 추정된다. 한국 시장은 이제 태동기여서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기 어렵다. 올해 협회 차원에서 시장을 조사, 발표할 계획이다.

-어느 나라가 VR 선두인가.

▲단연 미국이다. 그 중심에 항공우주국(NASA)이 있다. 엄청난 돈과 인력을 투입해 개발한 우주선이 실패하면 그 손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주 개발과 관련해 VR와 접목해 시뮬레이션을 한다. 미국 VR 시장의 37%는 국방 분야다. VR는 역사가 길다. 소비자들한테 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이다.

-콘텐츠는 어떻게 확보하나.

▲흔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게 콘텐츠라고 한다. 우선 잘 개발해 놓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K팝이나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EXO의 뮤직비디오를 VR로 만들면 호응이 대단할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방한 `태양의 후예`도 명장면을 VR로 제작하면 인기가 폭발적일 것이다. 1단계로 기존 콘텐츠를 VR 콘텐츠로 만들어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어떤 방안이 있나.

▲우리는 동남아에 한류(韓流)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우선 VR 콘텐츠로 한류 바람이 부는 중국과 일본 시장을 집중 공략, VR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그러려면 글로벌 협업이 중요하다. 시야를 국내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넓혀야 한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면 중국 기업과 협업해야 한다. 중국 HMD 기업은 10개가 넘는다. 협회는 4월 22일 중국 VR기기 업체인 3글라시스, 스코넥엔터테인먼트와 VR게임 및 콘텐츠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앞으로 다른 중국 기업과도 MOU를 체결한다. 협회가 글로벌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 VR 모태 역할을 하겠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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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바라는 것은.

▲정부에서 VR 육성 의지가 강해 마중물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부에서 VR는 큰 틀에서 사후 규제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보다는 민간 차원에서 풀어야 할 게 더 많다.

-어떤 점인가.

▲생태계 마인드를 지녀야 한다. 지상파와 단말기 제조사는 열린 마음으로 협업해야 한다. 업체 간에 내 편 네 편 하는 식으로 편 가르기를 하면 안 된다. 우리가 내부 역량을 결집해도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공진화(共進化) 개념이 필요하다. 나만 생각하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폐쇄적인 생태계다. 처음부터 함께 진화하는 개방 생태계, 공진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VR 역기능은 없나.

▲우선 적응 부작용이 있다. 어지럼증이나 구토를 할 수 있다. 어린이는 센 자극에 집단 발작도 할 수 있다. 인도에서 보고된 적이 있다. 역기능 방지를 위해 업계 자율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휴먼팩트(human factor) 기반의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으면 부작용이 클 것이고, VR업계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또한 VR 중독 현상도 고민해야 한다. 게임이나 오락도 중독 현상이 있다. 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VR산업이 성장하기도 전에 규제를 당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VR 진흥과 중독 방지를 동시 추진해야 한다. 업계가 자율 규제를 하면서 교육하고 모니터링해 역기능을 방지해야 한다. 정부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계획은.

▲VR 생태계를 잘 만들지 못하면 VR산업의 미래는 어둡다. 2015년 9월에 연 `VR 페스티벌`을 올해부터 VR엑스포로 확대, 오는 10월 개최할 계획이다. 세계에 보여 줄 수 있는 우리만의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VR 엑스포를 통해 세계인들을 한국에 오게 만들 계획이다. 3년 연속 VR 엑스포를 개최하면 세계인에게 한국을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VR 하면 세계인이 서울을 떠올리게 하겠다.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엔 세계인이 참석하지 않는가. 삼성과 LG 같은 정보기술(IT) 대기업이 있는데 우리가 못할 게 없다.

-좌우명과 취미는.

▲학생들에게 `늘 즐겁게 매사에 적극 일하라`고 말한다. 그런 마음으로 일하면 덜 지치고 결과도 좋다. 교수와 협회장, 정부 일에 긍정 마인드로 임한다. 특별히 취미라고 할 건 없다. 그저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현 회장은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템플대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디지털콘텐츠전문가협회장, 정보통신부 9대 신성장동력 디지털콘텐츠 부문장, 아름다운인터넷세상포럼 의장, 미래부 규제심사위원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창조분과 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미래부 디지털콘텐츠 산업포럼 의장직을 맡고 있다. 2012년에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디지털미디어 혁명과 표준전쟁` `헬스 2.0` 등 4권의 저서를 냈다.

이현덕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