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란 경제협력 활짝]10년만에 다시 열린 교역…유망시장은 더 늘어

[韓-이란 경제협력 활짝]10년만에 다시 열린 교역…유망시장은 더 늘어

지난 2월 29일 이란 테헤란에서 제11차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가 열렸다. 서방 7개국 이란 경제 제재가 가해진 2007년 이후 중단됐다가 10년 만에 양국의 경제 수뇌부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산업, 에너지, 건설, 금융, 의료, 문화까지 우리가 앞으로 이란과 함께 만들고 키울 시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1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온 우리 기술이 멈춰 서 있던 이란 시장에서 새로운 경제 도약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2 중동 붐`

우리에게 이란은 다시 열린 기회의 땅이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구매력에 한 번 맺으면 잘 끊어지지 않는 신뢰가 중동 시장의 매력이다.

중동은 역사로도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1970~1980년대엔 한 집 건너 한 집씩 중동 출장 얘기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국내 산업의 중동 개척은 활발했다. 이란 수도 명칭이 우리 경제 성장의 상징인 서울 강남의 도로명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런 인연의 깊이를 말해 준다.

글로벌 경기 침체 늪에서 허덕이는 이때 10년 만에 재개하는 이란 교역에 큰 기대가 실리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산업, 에너지, 금융, 건설, 의료, 정보통신기술(ICT), 문화 전 분야에 걸쳐 다각도로 협력 계획을 수립했다. 가장 기대가 큰 분야는 에너지와 건설이다. 이란산 원유와 가스 수출은 세계 자원시장 판도는 물론 우리나라 자원 수입 여건에 변화의 회오리를 몰고 올 전망이다. 원유와 가스 도입 채널 다변화는 그동안 유지돼 온 불합리한 도입 조건을 유리하도록 바꿀 기회다.

건설 분야는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라는 단비가 기대된다. 과거 1차 중동 붐이 국가 인프라 조성 건설이었다는 점에서 석유화학 플랜트, 철도, 병원 등 우리 기업이 선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림산업의 중단된 천연가스액화플랜트 건설 재개와 이스파한 정유시설 증설 사업,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우스파 12확장 2단계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가스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이란과 오만 간 가스 파이프라인 연결도 주목받는 사업이다. 이란은 세계 2위의 가스 보유국이지만 자체 액화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반면에 오만은 자국 내 가스 소비량이 늘어 수출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란은 오만이 보유한 액화플랜트까지 가스배관을 연결해 수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란이 발주한 원유수송선, LNG운반선의 수요는 빈사 상태에 빠진 조선업계의 `숨통`을 틔워 줄 수 있다.

제조산업의 협력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란은 경제 성장을 위해 자체 제조 생산 능력 확대에 관심이 있다. 이란은 중동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기도 하다. 우리가 보유한 자동차, 가전, 섬유 분야 경쟁력을 활용하면 양국 간 공동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

ICT는 국가 시스템과 산업 전반에 걸친 개조 작업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경제제재 기간에 뒤처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 국가 시스템과 산업 시설 고도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시스템 분야로는 전자정부나 전자관세, 건강보험시스템 등 수출을 우선 타진해 볼 만하다. 산업 현장에서는 설비 정보기술(IT)화를 통한 생산효율 개선, 안전 관리 수요가 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신산업에서도 스마트그리드와 원격검침인프라(AMI) 보급 사업(5년 내, 1000만호), 에너지저장장치(ESS) 결합형 신재생에너지,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에너지+ICT 모델 수출이 기대된다.

한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란에 TV드라마 `대장금`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웰빙과 화장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 화장품과 식료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인프라 분야 수출이 중심이던 중동 붐이 소비재까지 확산될 수 있는 기회다.

중소기업의 활약 기대감도 크다. 그동안 경제 제재 상황에도 주변국과 중개인을 통해 제품을 팔아 온 회사는 이란과의 직접 교역 확대를 반기고 있다. 직접 교역에 따른 가격 경쟁력과 마진 폭이 커진 것도 있지만 대금 안전성이 좋아진 이유가 크다. 협력사와 함께 이란 현지에 사무소를 차리는 등 공기업과 대기업의 현지 진출에 따른 동반 진출 사례도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우회 경로를 통한 이란 시장이 정식으로 열리면서 납품과 수금 걱정을 크게 덜게 됐다”면서 “현지 기업의 한국 제품에 대한 인식도 높아 앞으로 교역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