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28>창의적 시간관리가 중요하다

우리에게 시간은 절대 자원이며 기업경영에서 경쟁우위 원천이다. 시간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해진다. 미래에는 시간을 더욱 창의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시간을 창의적으로 관리한다는 말은 무엇인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것 같은 시간은 주관적 이해와 활용 방법에 따라 독창적 삶의 궤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독창성이 21세기 창조화 과정에서 기회를 만들어 내고 성장 동력을 창조한다. 미래에는 시간의 양적 측면보다 질적 측면에 집중해야 한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은 시간에 대한 양적 관리의 중요성을 대변한다. 이른바 시테크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측정해 과학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비용절감 차원을 넘어 획기적 매출과 이익 증대를 가져다주는 전략 무기였다.

시테크 전략은 단순히 생산 현장의 작업 능률 제고 차원을 넘어 특정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기업이 소비하는 총시간을 단축하는 혁신 기법으로 발전했다. 생산 및 유통 등 절대 활동 시간을 절감할수록 생산성은 증가하고 품질도 향상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 욕구에 신속히 반응함으로써 시장 개척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서너 배 빨리 납품하면 경쟁자보다 성장률에서 평균 3배, 이익률에서 평균 2배 더 달성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을 정도다. 특히 1980년대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이나 유럽 자동차 회사들에 비해 평균 1년 반가량 빨리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러한 개발 속도 차이를 손익으로 환산할 때 5억달러 이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와 같은 시테크는 전자제품에도 적용돼 소니, 샤프, 파나소닉, 산요, 카시오, 파이오니어 등 많은 일본 기업이 하루가 멀다 하고 혁신 신제품을 세계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역량을 갖춘 일본 전자회사들은 최근 샤프 매각이 상징하듯 지금은 거의 몰락 수준이다. 시간의 양적 관리, 즉 시테크가 한계에 이른 것이다. 이들은 기술우월주의에 도취해 타이밍이라는 시간의 질적 요인을 무시했다. 그 사이 삼성과 LG 등 한국 후발주자들이 `때`라는 또 다른 시간 요인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1990년대 말 디지털 전환 타이밍, 스마트폰 타이밍 등을 활용한 한국 기업은 드디어 세계 최고 기술을 쌓은 일본 전자회사들을 제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우리 대기업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차지해 온 자리를 중국 등 후발주자 공세에 내어줄 처지에 놓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때`를 놓친 과거의 일본 기업과 유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타이밍에 또다시 도전하는 스타트업 정신이 절실해진 것이다.

시테크 세계에서는 낭비 시간을 절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피드를 살리기 위해 `빨리` 외에도 `먼저` `즉시` 등이 최고 미덕이다. 하지만 타이밍 세계에서는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지상 과제다. 이에 따라서 너무 빠르거나 늦지 말아야 한다. 너무 빠르지 않기 위해서는 `인내` `끈기` 등이 필요한 반면에 늦지 않기 위해서는 `과감` `전광석화` 실행이 필요하다. 또 이러한 이율배반 덕목들을 균형감 있게 실현하기 위해 `절박감`을 필수로 가져야 한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때`란 시간의 어떤 순간으로, 질적 차원 개념이다. `바로 이 순간`이란 기회를 뜻하며, 카이로스라는 `신(神)`이 관장한다. 그래서 양적 시간을 관장하는 크로노스 세계와는 다른 철학과 논리가 지배한다. 시테크가 과학 기법으로서 양적 세계를 관장하는 반면에 타이밍은 예측불허의 창조 영역에 속한다.

21세기 경제 주체들은 시간 예술의 창조자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안목과 예측력(촉, 觸)이다. 안목과 예측력은 균형과 절박감으로 `때`를 잡아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서 기업들은 안목과 촉을 지닌 인재를 키우고 활용해야 한다. 이제는 타이밍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장)

[이장우의 성공경제]<28>창의적 시간관리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