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기차 충전기 적정 보급방안

[기고]전기차 충전기 적정 보급방안

일상으로의 회귀다.

아침 출근길에 마주친 두 사례. 초등학교 인근 횡단보도에서 2~3학년으로 보이는 학생이 교통지도 교사와 승강이를 벌인다. 위험하니 여기서 기다리다가 건너라는 얘기에 한참을 우기더니 신호등이 바뀌자 결국 선생님 눈을 피해 자기가 가려던 길로 뛰어간다.

또 하나는 며칠 동안 듣지 못한 자동차 경적에 깜짝 놀라 뒤돌아봤다. 택시가 승객을 태우겠다며 횡단보도 부근에서 갑작스레 멈춰 섰고,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가 신경질을 부린 것이다.

선생님 지도를 우습게 아는 아이, 아무 곳에나 택시를 잡는 승객에다 갑자기 정차하는 택시와 뒤따르는 차의 요란한 경적. 횡단보도에서의 이 두 사례,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전기자동차 보급 현황을 벤치마킹하려고 한국전기자동차협회가 주관한 시찰단에 참여, 일본 중앙정부와 전기차 보급 관련 기관을 방문할 기회를 최근 가졌다. 테슬라 모델3 선풍 이후 이제 우리에게 아주 친숙하게 다가온 전기차다. 각자 입장과 시각에서 본 백가쟁명식 대책과 의견이 소란스럽다.

명의(名醫)는 문진과 의료기기 및 자신의 오랜 경험을 통해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해 치료하고, 그 결과 피드백으로 의술을 펼친다.

정책 수립과 집행도 이론만이 아닌 실제 팩트를 직시하고 전문가다운 판단과 합리타당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 자의성이 개입돼 효용성을 해치거나 세금을 낭비하는 사례를 자주 본다.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은 국가마다 재정 형편과 보급 정책에 따라 상이하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적어서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 30㎾h는 33만엔 수준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보조는 미미해 도쿄 아다치구의 경우 건당 10만엔을 보조하는 정도다.

일본은 2013년 이후 550억엔을 들여 급속충전기 6000기를 포함한 3만2000기를 전국에 설치했다. 보급 방식은 우리의 홈 충전에 해당하는 기초충전, 쇼핑센터나 호텔 등 목적지 충전,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한 경로 충전의 세 방식을 썼다. 개인이나 법인, 지자체가 보조금을 신청하면 급속 450만엔, 완속 80만엔을 지원한다. 소유권은 신청자가 갖는다. 이것은 경제산업성 주관의 지원이다. 국토교통성은 택시와 버스에 대한 보조 등이 있어 미미한 통계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요금 부과도 무료에서 1회 500엔, 분당 50엔 등 자율로 정하고 있다. 우리는 환경부의 오랜 의견 수렴과 검토로 어렵게 시작한 요금 부과에 대해 비판 의견이 적지 않다. 민간충전사업자를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입장에서 볼 때 지속 가능 경영이 될 수준 정책 지원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요금 부과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나도 전기차를 타는 입장에서 연관성이 없진 않지만 전기차 보급과 충전요금 부과의 상관관계가 그리 크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제주 지역은 멤버십 등 여러 요금제도에서 본인에게 가장 적절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전기요금 부담으로 끝나는 홈 충전만 사용할 수도 있다.

일본은 전기차 100대당 급속충전기는 1대면 된다고 보고 전기차 10만대 보급에 1000대, 국토 면적을 감안해 2000대면 충분하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6000대나 설치돼 하루 10회는 충전해야 수지가 맞는데 현실은 평균 3회 정도다. 설치 후 5년 간 급속 200만엔, 완속 100만엔 범위 내에서 정기 점검 등 유지비를 정부가 지원한다.

충전기 숫자 비교상 이는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그 성격도 감안해야 한다. 우리는 환경부 급속충전기 337기만을 얘기하는데 민간 등을 포함해 440여기가 있다. 완속 490여기와 올해 급속 770기, 완속 500여기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일본 통계는 우리의 6000여기에 이르는 홈 충전기도 포함한 수치이다. 전국 균형 분포는 별개로 하더라도 전체 숫자에서 보급 차량과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전기차 자체에 대한 의견도 아직 분분하다. 전기차 확산에서 또 하나의 축인 충전기 보급과 관련해서도 필요 숫자의 명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계획화된 설치라는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한 부처 간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환경보호, 국민 입장에 선 실행이다.

박규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사장 khpark@kevc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