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창명이 음주운전 혐의로 지난달 28일 불구속 입건됐다. 범법행위를 했기에 국민들의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비판을 넘어 비난을 받는 이유는 이창명의 거짓말 때문이다.
이창명은 사고가 일어난 다음날 경찰에 출두해 자신은 절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며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위드마크 공식 계산 결과 음주 수치는 면허취소 수준으로 측정됐고 경찰은 그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명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창명의 말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대중들이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
이창명 외에도 순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꼼수를 쓰려 했던 연예인들이 있다. 입대를 하겠다고 공언한 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가수 유승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을 한 건 아니라고 말했던 그룹 클릭비 멤버 김상혁,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피하기 위해 뎅기열에 걸렸다는 주장을 했던 방송인 신정환 등이 대중들에 거짓말을 했다가 도리어 역풍을 맞았다.
◆ 유승준
지난 1997년 데뷔한 유승준은 ‘가위’, ‘나나나’, ‘열정’, ‘찾길 바래’ 등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남기며, 당시 최정상급의 인기를 누리던 솔로 가수로 활동했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호의적이었던 민심은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병무청 신체검사까지 받고 언론에 공공연히 입대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던 그였기에 대중들은 더 큰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법무부는 유승준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고의적 병역기피를 위한 국적 포기로 판단해 입국 금지 처분을 내렸다. 지난 2003년 장인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일시적 입국이 허용됐던 것을 제외하면 그는 14년째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유승준은 지난해 인터넷방송을 통해 13년 만에 대중들에게 심경고백과 해명을 했음에도 대중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그를 향한 대중들의 배신감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신정환
천재적인 예능감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신정환은 지난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나 불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러나 대중들이 도박 혐의보다 더 실망을 느꼈던 건 대중을 속이려 한 거짓말이었다.
지난 2010년 9월 신정환이 예정돼있던 방송 녹화에 무단 불참하면서 필리핀 원정 도박 의혹이 불거지자 그는 팬 카페에 “필리핀에 갔던 건 사실이지만 도박이 아닌 관광 목적으로 방문했고 뎅기열에 걸려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며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신정환의 조작극이었다. 그는 해외를 전전하다 지난 2011년 1월 귀국해 경찰 수사를 받았고 재판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신정환은 출소 후 방송 출연을 일절 하지 않은 채 현재 싱가포르에서 아내와 함께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같은 컨츄리꼬꼬 멤버였던 탁재훈이 컴백하면서 신정환의 방송 복귀설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5년 전에 비해 대중들의 분노는 많이 누그러졌지만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려한 그의 방송 복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 김상혁
김상혁은 말 한 마디 때문에 훅 간 케이스였다. 클릭비 활동과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모았던 그는 지난 2005년 음주운전 3중 차량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
그는 사고 발생 이틀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혐의에 관한 해명을 하던 중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으로 대중들의 더 많은 질타를 받았다. 당시 발언은 누리꾼들 사이에 크게 회자됐고 김상혁에게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결국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김상혁은 자숙에 들어갔고 몇 차례 복귀를 시도했지만 대중들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이마저도 녹록치 않았다. 그가 다시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추는데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10년이었다.
김상혁은 지난해 11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당시 발언에 대해 “‘술은 마시긴 했는데 음주 측정에 걸릴 수치는 아니었다’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너무 긴장하다보니 '술을 안마셨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만약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사과했다면, 죄값을 받는 순간 어느 정도 선에서 용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창명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변명으로 순간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이는 자기의 꾀에 자기가 더 크게 걸려든 셈이 됐다.
유승준, 신정환, 김상혁은 물의를 일으킨 후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방송 복귀를 못하고 있거나 오랜 자숙 기간을 거쳤다. 이들의 전례를 봤을 때 브라운관 속 이창명의 모습은 당분간 보길 힘들 전망이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