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청년 일자리와 신직업](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6/05/03/article_03095904227236.jpg)
최광식 서울산업진흥원(SBA) 신직업에듀센터장
선망의 대상이었던 대기업이나 한때 세계 1위 산업군에서 구조조정이라는 명목 하에 수천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는 소식이 연일 들리고 있다. 그만큼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옛말이 됐고 지금은 저성장 고실업의 긴 터널에 들어와있다. 과거에는 고령자,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이 일자리 취약 계층이었다면 요즘은 청년층이 대표적인 일자리 취약계층이 돼버렸다. 단순히 취업준비생의 취업역량을 키우는 것으로 청년 고용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좋은 일자리가 좋은 회사에 다닌다는 뜻이었던 시기는 지난 이야기이고 오늘날
좋은 일자리는 프리랜서, 1인 기업, 자영업‘이라고도 한다. 최근 광고와 미디어 업계의 판을 흔들고 있다는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영역만 봐도 일자리에 대한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중국 여성 인터넷 방송 BJ(브로드캐스팅 자키) 파피장이 다수의 중국 앤젤펀드로부터 1200만 위안(22억 원)의 투자 받았다. 가깝게는 우리 기관에서 발굴 육성한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가 최근 3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를 통해 투자업계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의 정책에서도 나타난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신직업을 발굴하고 지난 2013년부터 도입 가능성을 검토해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2014년 3월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새로운 직업 44개를 발굴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차 신직업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청년들에게 직장이 아닌 직업의 관점에서 이런 ‘신직업’을 어디에서 어떻게 알리고 역량을 심어줘야 하는가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필자가 맡고 있는 신직업에듀센터에서는 얼마 전 교육과 일자리를 연계한 과정을 공모한 적이 있다. 청년이 주요 대상인 글로벌 사무전문가, 융합형 정보디자이너, IP(지식재산)디자이너, 미디어 크리에이터, 패션샵 스타일리스트, 3D모델링, 코딩칼리지 등 ‘신직업형’ 과정에 대거 몰렸고 청년들의 수요 역시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또, 지난 2013년부터 17대 대학을 대상으로 ‘캠퍼스CEO’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창업에 대한 지식과 과정을 알려주고 창업저변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대학생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중앙정부와 수많은 지원기관 그리고 대기업까지 숫자와 종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필자는 우리 기관의 ‘캠퍼스CEO’ 사업을 통해 개설되는 교과과정을 금년 하반기부터 다른 기관과 차별화된 시도를 해보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길을 알려주기 위해서 17개 대학을 보름에 걸쳐 방문해 교과과정 책임 교수, 실무자들과 기존의 일반 창업과정 외 ‘신직업형‘ 교과과정을 개설해 보고자 하는 생각을 나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생각을 대부분의 대학에서 긍정적으로 수용했고 2학기부터는 함께 뜻을 모아 대학 당 1개 과정 정도가 새롭게 개설될 예정이다. 다만 대학에서 ‘신직업형’ 교과과정이 자리 잡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다소 경직된 느낌을 받았던 학사 시스템을 조금 더 ‘유연성’있게 운영해야 한다. 또, 시장 수요에 적합한 과정과 눈높이를 위해 ‘시장과의 네트워킹’ 즉, 산업과 일자리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해 시장 주체와 늘 연결이 돼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취업문을 뚫기 위한 스펙 쌓기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직장이 아닌 ‘직업’의 관점에서 청년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그려가고 준비할 수 있는 토양과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