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술은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이다. 이러한 중요성은 조선, 자동차, 철강같이 전통의 강세 분야가 후발국의 발 빠른 추격을 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군다나 최근 룩셈부르크 정부가 소행성에서 희귀금속과 같은 광물 자원을 채굴하는 우주광산산업에 나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주자원 탐사와 채굴, 인류 거주 영역 확대, 우주 관광 등 우주 분야에서 미래형 생존 경쟁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우주 선진국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위험 분산을 위해 공조하는 양면성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왜냐하면 국가 간 공조는 한 국가가 우주 개발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줄여 주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요 국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우주탐사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한 국가가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천문학 규모의 비용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과 러시아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화성탐사 프로젝트인 `엑소마스(ExoMars)`만 하더라도 10억유로에 이르는 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에 따라서 우주기술에 있어 비교 우위에 있는 국가 간에 협력을 통해 서로 효율적 우주개발을 위한 일종의 균형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우주 분야가 경제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분야라곤 하지만 실제 행위 주체들의 행태는 지극히 경제적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주요 우주개발 선진국이 협력의 손을 내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우주개발 선진국에 비해 무려 30여년이나 늦게 우주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 성장이 그러했듯이 우주 분야에서도 20여년 짧은 시간 내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왔다. 우주개발 선진국이 이러한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협력이 가능한 나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우주 분야의 국제협력 무대에 본격 발을 내디디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우주 분야의 국제협력 무대에 설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공짜 점심이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우주개발에 관한 국제협력을 추진할 때 반드시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만 한다. 이제는 1960년대 경제 원조처럼 일방적으로 받는 협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쌓은 기술 자본을 활용해서 그것이 여러 나라 간 협력이 됐든 두 국가 간 협력이 됐든 간에 상대 국가가 우리나라와 협력에 거는 기대를 반드시 충족시켜 줘야 한다. 그래야만이 대등한 협력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한·미 간 달 탐사 협력이 대표 사례다. 아무리 우주개발 최강국인 미국이라 하더라도 매번 필요할 때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리기란 힘들다. 이에 따라서 한국이 개발할 시험용 달 궤도선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필요로 하는 탑재체의 탑재 공간을 제공하는 대신 우리는 달 궤도선 추적 및 심우주항법에 관한 지원과 심우주 지상국 및 달 궤도선 데이터 처리시스템 개발에 관한 기술을 자문하기로 했다. 말 그대로 주고받는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상대 국가와 협력 필요성과 가능한 분야의 상호 공유를 최우선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 국가와의 대화 지속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우주개발 최강국인 미국과는 한·미 우주협력회의라는 대화 채널이 존재한다. 이와 더불어 지난주에 개최된 제2차 한·미 우주협력회의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무부 실무자 간에 지속된 대화가 가능하도록 미래비전 그룹을 구성해 놓았다. 최근에는 전통의 우주개발 주체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과 같은 새로운 주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대화가 필요한 상대방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국가 간 우주 협력은 시혜 성격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즉 상호 관심 분야를 지속 공유하고, 서로 수긍할 수 있는 협력의 이유를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nkhongd@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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