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시장에서 화분을 하나 샀다. 평소에 식물을 기르지 않지만 지인이 식물을 기르는 게 멋있어 보여 따라 해 봤다. 매일 신경을 쏟을 여유가 없어서 물을 많이 안 줘도 되는 다육식물을 골랐다. 식물은 쑥쑥 컸다. 하지만 얼마 전 퇴근해 돌아왔더니 중간쯤이 꺾여 있었다. 화분을 갈고 물을 줬지만 시들어 버렸다.
양지 바른 곳에 놓고 열심히 물을 주면 잘 자랄 줄 알았다. 문제는 지나치게 위로만 컸다는 것이다. 위로 클수록 지탱해 줄 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몰랐다. 옆으로도 자랄 수 있도록 영양분을 공급해 줘야 하는 것도 처음 알았다.
지난해부터 오프라인 사업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온·오프라인연계(O2O) 시장이 위기라는 말이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최근 몇 년 동안 O2O 시장은 투자가 활발했다. 햇볕과 물이 공급된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아무리 시장 초기라지만 흑자를 내는 기업은 거의 없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든다.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보다 진입장벽이 낮다. 시장 1, 2위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사업 확대와 수성을 위해 더욱 많은 마케팅 비용을 쓴다.
이런 상황에서 버팀목은 수수료밖에 없다. O2O서비스는 중개업이어서 수수료가 기본이다. 하지만 국내 O2O업체 가운데 10% 이상 수수료를 받는 곳은 거의 없다.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숙박 O2O의 경우 해외 유명 서비스와 거의 두 배 차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은 수수료 인하 경쟁에 이어 아예 폐지한 곳도 나왔다. 출혈 경쟁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문제의 근원에는 수수료 지불에 인색한 분위기가 깔려 있다. 국내에서 소프트웨어(SW) 시장과 같이 보이지 않는 가치는 인정받기 어렵다. 장기로 보면 확보한 이용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 초기에 수수료를 빼는 것은 식물을 기르면서 키만 키우는 격이다. 가치 있는 서비스에 따른 합당한 수수료는 산업을 건강하게 키우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