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후 한·이란간 교류·협력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가전업계도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현지에서 인력을 채용해 조직을 갖추고 협력업체와 함께 영업도 확대한다. 이란 경제 제재 해제 후 유럽과 중국업체도 가전시장에 침투하면서 경쟁이 심화되지만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주도권을 지킨다는 전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는 이란 영업망을 확충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90년 테헤란 지점을 설립한 삼성전자는 올해 초 경제 제재 해제 후 현지에서 일할 인력을 대폭 확충했다. 채용 분야도 프로덕트 매니저, B2B, IT채널, 엔지니어, HR, 물류관리(SCM), 비서 등으로 다양하다. 삼성전자는 현지 협력업체인 HACO와 함께 스마트폰, TV, 세탁기, 에어컨 등을 판매하고 있다. 조만간 애드워시 세탁기 출시 등 신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이란을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지난달 사장단 회의에 송웅엽 외교 특임대사를 초청해 이란 시장을 주제로 강연을 듣기도 했다.
LG전자 역시 1989년에 일찌감치 이란에 진출했고 협력업체 골드이란과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올해 초 경제 제재 해제 직후 골드이란이 LG전자 이름으로 회계와 HR, 엔지니어 등을 채용했다. LG전자는 현재 이란 내에 12개 프리미엄 매장을 열었고 올해 20개 브랜드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LG전자 주력제품은 올레드TV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지만 지난 2014년부터는 스마트폰 수출도 확대하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도 이란 지점에서 현지 바이어와 협력을 확대하고 히잡 세탁기 등 중동향 가전제품 출시를 지속할 계획이다.
국내 가전업계가 이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인구 8000만명에 이르는 대형 시장이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은 5000~6000달러 수준으로 높지 않지만 경제 제재 해제로 석유 등 자원수출이 본격화되면 국민소득도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가전제품 입지도 탄탄하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에 따르면 국내 업체는 이란 평면 TV 시장 점유율 93%에 이르며 냉장고 85%, 세탁기 78%, 에어컨 78% 등을 기록한다. 휴대폰 시장도 점유율이 52%다. 여기에 대장금, 주몽 등 한류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매우 좋다.
다만 경제 제재 이후 유럽 가전업체들이 공세적으로 진출하고 중국 업체 진출도 늘어나는 것은 변수다. 또 전자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이 높고 이란 정부가 현지 투자를 원하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유럽 업체가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출 경우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EA 등을 통한 국내 업계 공동 대응도 늘려가고 있다.
KEA 관계자는 “전자업계 이란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바이어초청 무역상담회와 시장 개척단 등 무역사절단 교류를 늘리고 최신 정보제공 설명회 등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요 국산 전자제품 이란 시장 점유율(자료:KEA)>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