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팬아웃 기술, PCB 신시장 창출 계기로 삼아야

애플이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아이폰7(가칭)에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이하 팬아웃)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칩을 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안테나스위칭모듈(ASM) 칩에 도입하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도 팬아웃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주요 부품에 팬아웃 기술 적용은 신형 아이폰이 처음이다.

팬아웃은 반도체 패키지 공정의 하나로, 칩을 인쇄회로기판(PCB)이 아닌 실리콘 웨이퍼에 직접 실장하는 기술이다. PCB가 필요 없어 스마트폰 제조원가를 낮추고 얇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ASM과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PCB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이 사용되는 분야다. 반도체용 PCB는 자동차 전장용 제품과 함께 수익성을 높여 주는 시장이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용 PCB 시장 규모는 9조원이 넘어섰을 정도다.

PCB는 가전제품, 통신기기 등 전자제품에 꼭 필요한 부품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사양산업으로 취급받은 적이 있지만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임에 틀림없다. 쓰임새가 날로 다양해지는 가운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에 힘입어 성장한 국내 PCB 시장은 스마트폰 수요 정체로 주춤하고 있다. 성장세가 꺾이면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1억대가 넘게 팔리는 아이폰에 팬아웃 기술 적용은 PCB 시장에 악재임에 틀림없다. 지금은 애플이 ASM 칩과 AP에 팬아웃 기술을 적용하는 수준이지만 다른 부품과 기업으로 확대되면 반도체용 PCB 시장 축소가 불가피하다. PCB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신호다.

기술 진화로 성장 곡선을 이룬 PCB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전과 스마트폰에 치우친 제품군에서 탈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눈을 돌려보면 신시장 창출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시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팬아웃 기술 도입은 PCB 신시장 창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물인터넷(IoT)이나 웨어러블기기 등 유망 산업은 신시장을 창출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팬아웃 기술 도입이라는 위기를 잘 넘기면 PCB 시장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