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연이은 지진 피해 소식으로 고층빌딩, 교랑, 산업시설 등 국내 건축물에 대한 지진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5년 전의 일본 도호쿠 대지진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기억은 원전의 지진 대비 능력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준비를 요구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두 차례의 강진과 여진이 계속된 규슈 구마모토현 일대에는 센다이, 겐카이, 이카타 등 서남 지역 3대 원전이 위치해 있다. 특히 센다이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제로` 상황에서 재가동을 시작한 첫 번째 원전이다. 일본은 현재 강화된 안전 기준 심사를 통과한 원전에 대해서는 재가동한다는 방침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재가동 반대 여론도 높다.
간사이전력 다카하마 원전 3·4호기는 안전 심사를 통과해 재가동이 결정됐지만 인근 오쓰 지방법원이 운전 중지를 결정한 바 있다. 센다이 원전의 경우 지진 대책이 충분해 운전에 문제가 없다는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의 발표가 있었지만 지역 주민은 `일단 원전 중지`를 요구하는 등 가동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원 매장량이 적고 고립된 전력계통망을 운영하고 있다 보니 에너지의 안정 수급이 국가 존립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매우 중요한 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4년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자력의 1차 에너지 공급 비중은 11.7%, 전력 공급 비중은 30.0%였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5.2%에 이르는 우리나라로서는 연료비 비중이 낮은 원자력이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역할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에너지 자립도가 5.5%에 불과한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사정이다. 태평양조산대에 위치해 화산과 지진이 빈번한 상황임에도 원자력 발전을 지속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이 같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자력 이용에 대한 불가피성을 안고 있다. 다만 어느 정도까지 안전관리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과 실제 기술상의 안전 조치가 국민의 안심으로 얼마만큼 이어지느냐 하는 인식의 간극, 즉 `안전 유효성` 문제가 남는다.
사실 과학기술 측면에서 원전안전 대책을 충분히 마련해 놓았다 해도 곧 일반 국민의 심리 안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 안전과 심리 안심은 반드시 등가가 아니다. 원자력발전소는 그 어떤 산업 시설보다 강력한 안전 기준과 설비를 갖추고 있다.
지진 관련 안전설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일반 국민이 안심하지 못하는 것은 이것이 신뢰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신뢰 없이는 아무리 훌륭한 안전설비를 갖춘다 하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은 자연재해를 비롯한 중대 사고에 대한 대비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지진 발생 자동정지 설비를 설치하고 안전정지유지계통 내진 성능을 개선하는 등 지진 예방 대책을 완료했다. 지진해일(쓰나미)에 대비해서도 고리원전 해안방벽 증축, 방수문 및 방수형 배수펌프 설치 등 예방 조치를 완료했음은 물론이다.
원전 종사자의 안전문화 의식 고양, 원전관리감독법 제정 등 관리정책에 대한 제도 장치도 마련했다.
앞으로 힘써야 할 부분은 이러한 기술적 안전 대책을 넘어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안전 유효성`을 높이는 일이다. 신뢰는 억지로 강요한다고 해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특단의 방법도 없다. 꾸준한 노력과 열린 마음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서 사실 정보를 신속·투명하게 제공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백 마디 말보다 진정성 있는 소통 자세다. 진정성이야말로 원전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안전 유효성`을 높이는 열쇠다.
김호성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hokim59@kne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