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113>구조조정과 IT

[이강태의 IT경영 한수]<113>구조조정과 IT

지금 구조조정 논의를 보면 구조조정에 필요한 돈을 누가 어떻게 낼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돈 풀어서 부실 털어 주고 서로 어려운 회사를 묶어 준들 그런 회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구조조정은 돈을 쏟아부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IT로 풀어야 한다.

이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은 환경변화에 사전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이 그런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 임기 중에는 큰 변동 없을 거고, 조금만 더 버티면 이제 곧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잠깐 방심하고 있었던 결과다.

경영자들은 회사 실적이 좋던 나쁘던 회사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어떤 회사는 월 마감을 해봐야 실적을 정확히 아는 회사도 있다. 어떤 회사는 모양새를 좋게 하기 위해 분식까지는 아니지만 현황을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회사에서는 업계 특성상 실시간으로 모든 수치를 파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현황을 천천히 느긋하게 파악해도 되는 그런 회사나 사업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에서 IT의 역할은 경영 효율성을 올리는 데 있다.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회사가 크든 작든, 재벌이든 벤처든, 모든 경영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지금 어떤 우선 순위로 대책을 실행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만약 지금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있는 기업이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현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강제로 구조조정 당하는 수모를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맹렬하게 성장하는 업체들 일부는 자기들 업의 정의를 IT회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마존이 그렇고 쿠팡이 그렇다. 이들은 비록 온라인 소매업을 통해 회사가 커졌지만 스스로 소매업자가 아니라 IT회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IT회사가 커 가는 데 소매업을 활용한 것이지 소매업에서 크기 위해 IT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만큼 디지털 경영 환경에서는 IT는 어떤 기능보다 우선한다.

구조조정의 마무리를 회사 간 통폐합으로 할 것이다. 대량실업은 누구든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고 가급적 대량 실업 없이 구조조정을 하려고 하니 돈이 많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그런 식의 구조조정은 또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회사를 없애는 방향으로 정리가 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생산성 저하, 경쟁력 저하 때문에 발생한 문제를 그 동안의 부채탕감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말기암 환자에게 진통제만 놔주는 꼴이다.

구조조정을 한다는 뜻은 혁신을 외부에서 강제적으로 하는 것이고, 혁신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고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결국 새로운 IT시스템으로 마무리된다. 구조조정의 결말을 회사의 통폐합과 애꿎은 사무·기술직의 희생으로 적당히 마무리하면 머지않아 또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왜 생산성이 낮고 왜 경쟁력이 없는지 IT자료를 가지고 꼼꼼히 들여다 봐야 한다. 통상적으로 강성 노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성 노조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주어진 손 쓸 수 없는 경영환경이다. 유능한 경영자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현황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추적해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래서 낙하산이 아닌 전문가들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시스템 통합이 이뤄지고 있다. 서로 남남이던 은행이 이제 한 은행처럼 경영될 것이다. 그러면 두 조직 간에 생산성과 경쟁력이 바로 대비될 것이고 곧 바로 새로운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게 IT의 힘이다. IT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면 경영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세밀한 생산성 자료가 정확하게 나오면 노조도 무작정 반대를 하지는 못한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진실이라고 했다. 지금 구조조정 대상이 된 회사들의 경영자들은 진실을 애써 외면했다. 진실을 아는 순간 겁나고 당황스럽기 때문이다. 아마도 해외경기가 좋아지면, 유가가 오르기라도 하면, 환율이 떨어지면 등등 요행을 바라면서 한 해 한 해를 넘겼을 것이다.

진실을 외면한 그 대가를 이제 본인과 후배들이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이들의 고통을 지켜보고 있는 다른 산업에서도 타산지석을 삼아야 할 것이다. 배워야 할 교훈은 모든 기업은 IT를 통해서 Real Time Enterprise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