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12월 규제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조정·협의한 에너지 분야 제도 개선 과제 18건을 발표했다.
산업단지 내 연료전지 발전소 입지 규제 완화도 이 가운데 하나다. 산업단지 내 유휴 부지는 땅을 놀리더라도 임대는 엄격히 제한돼 왔다. 운영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부지 매입보다 임차 형식을 선호하는 연료전지발전 사업자에게 족쇄로 작용됐다. 이 규제가 풀리면서 보류돼 온 총 7개 연료전지발전 사업이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업계는 총 투자비만 7600억원, 고용효과가 7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태양광발전사업 부지 문제의 해결 대안으로 떠오른 수상태양광 수면 점용료도 인하, 사업 부담을 줄였다. 규제 개선 필요성과 효과를 보여 준 대표 사례다. 업계는 규제를 포함한 제도 틀을 어떻게 만드는지가 에너지신산업 안착의 열쇠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여전하다. 부처 간 이견으로 오히려 규제 강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해부터 일제히 태양광발전 허가 지침을 강화했다. 마구잡이 개발 방지 목적이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성 항목에 업계는 난감해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전북 고창군을 비롯해 적어도 5개 지자체가 개발운영 행위 관련 운영 규정을 강화했다. 주요 도로로부터 일정 거리 내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모두 포함시켰다. 규정대로라면 사업에 필요한 진입로조차 제대로 확보할 수 없다. 일부 지자체는 아예 도로, 농어촌 도로, 공유수면, 취락지구, 농지, 관광지, 공공시설 부지 등으로부터 모두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곳에만 사업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다.
풍력 분야에서는 새로운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 환경부는 소음과 생활환경 등 평가 항목을 포함한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육상풍력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에 나섰다.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일부 국가에서 도입한 풍력발전기 위치를 정온시설과 일정 거리 떨어뜨려야 하는 규정을 신설할 지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이격 거리` 규제다. 업계는 현재 입지 규제와 더불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우려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신산업으로 소비자가 전력을 직접 생산, 거래할 수 있는 개방형 전력 시장을 구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표 분산 전원인 신재생에너지의 역할이 중요한 가운데 환경부, 지자체와의 엇박자로 규제는 강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신산업이 궤도에 오르려면 무엇보다 완벽한 제도의 틀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법규로는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문승일 기초전력연구원 원장은 “현행 법령 아래에서 전기차가 움직이는 ESS 역할을 하려면 발전사업자 면허 등 총 3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일회성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산업이 움직일 수 있는 원활한 제도의 틀을 만들고 부처 간 명확한 소통으로 향후 발생할 이견을 없애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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