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거품 낀 `MCN` 열풍

[기자수첩]거품 낀 `MCN` 열풍

“투자 받기 가장 쉬운 방법은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사업을 추가하는 겁니다. 투자자가 콘텐츠업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분야가 바로 MCN입니다.” 외주제작사 지인은 콘텐츠 분야에서 요즘 MCN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MCN은 1인 방송진행자(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소속사다. 과거에는 영화를 제외한 국내 콘텐츠 분야 투자가 인색했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도 자본이 없어 못하는 이가 대다수였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요즘 콘텐츠 분야 투자자가 가장 먼저 묻는 말이 “MCN 사업하세요”란다. MCN 사업을 하면 투자로 이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투자 이야기는 쏙 들어간다며 지인은 웃었다.

MCN은 콘텐츠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다. 영화와 드라마 등 `잘` 만든 콘텐츠에 열광하던 대중이 이제는 `덜` 만들어진 1인 영상에 열광한다. 특히 10대들은 옆집 누나 같은 크리에이터에게 열광한다. 미국 10대 청소년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위권 안에 크리에이터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국내 크리에이터 사인회에 청소년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아이돌 가수 인기 못지않다.

문제는 크리에이터의 인기가 MCN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MCN은 크리에이터가 벌어들인 수익의 극히 일부만 갖는 구조다. 국내 MCN 가운데 수익을 내는 곳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MCN이 인기라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빈 수레가 요란한 격이다.

MCN 사업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이 거품이 많다며 불안해 하는 이유다. 오히려 이를 악용하려는 이도 많다. 이대로라면 단발성 열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MCN 사업자는 터무니없는 거품을 계속 만들기보다 오래 생존하기 위해 수익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상거래 서비스와 연계를 시도하거나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등 안정된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MCN은 콘텐츠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시작점이다. 지금은 1인 방송 위주로 진행되지만 드라마와 코미디 등 콘텐츠 제작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인기를 얻은 MCN이 영화 제작까지 뛰어들었다.

순간의 달콤한 투자 열풍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수익을 내는 방안을 고민할 때만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