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 가이드라인에 업계가 난색을 표했다. 실제 사업자를 고려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월 시행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유예기간을 요청했다.
방통위는 10일 서울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열린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정책 설명회에서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과 사례를 소개했다.
가이드라인은 이용자가 회원 탈퇴 등으로 자기 게시물 관리권을 상실하면 사업자에게 접근 배제를 요청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업자는 이용자가 본인을 입증할 때 영구 블라인드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검색 사업자는 해당 게시물을 검색에서 배제해야 한다.
이날 댓글, 계정정보 분실, 회원 탈퇴, 유족 요청 등 권리 행사 대상을 예시했다. 성별, 나이, 직장, 학교, 거주지, 사진 및 동영상 인물, 동일 IP 등 자기 게시물 판단 방법도 제시했다. 다양한 입증 자료를 종합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이용자 요청 방법, 절차, 제출 항목, 접근배제요청인 지정서 양식 등도 공개했다.
인터넷업계는 가이드라인이 좀 더 명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통위는 이날 주요 보호 대상으로 청소년층을 꼽았다. 철없는 시절 쓴 게시물 때문에 사회 진출 때 피해를 보는 사례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본인 확인만 되면 삭제가 가능하다. 게시물 삭제로 타격을 크게 받는 서비스가 있어 서비스별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인터넷 쇼핑몰 등 포인트로 게시물에 대가를 지불했을 때 명확한 대응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네이버 지식in 같은 문답형 서비스는 어느 한쪽이 삭제되면 타격이 크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인터넷 서비스는 회원 탈퇴 시 이용자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안내해 왔다”면서 “10년 넘게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간 계약으로 이뤄져 온 사항을 단번에 바꿔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6월 시행 유예도 요청했다. 영구 블라인드 조치 구축에 드는 시간을 고려하면 한 달 안에 모든 서비스에 이를 도입하기는 불가능하다. 업계는 여러 인터넷 서비스를 동시 운영할 때 최단 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마다 데이터베이스(DB) 구조를 다 바꿔야 한다. 사용자환경(UI)도 달라서 일일이 디자인해야 한다. 순차 도입 때 도입이 늦어진 서비스 이용자의 불만이 제기될 수도 있다. 다른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임시 조치와 영구 블라인드 조치는 전혀 다르다”면서 “4월 말에 발표해서 한 달 만에 구현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제기된 잊힐 권리와 취지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타인 글에 피해를 본 사례가 대상이고, 원본은 검색에서만 배제되고 남는다”면서 “우리는 영구 블라인드, 삭제 등으로 원본에 손을 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