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부흥이 가져온 모바일 통신의 대량 보급으로 지구상 70억 인구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일대일로 소통하고 공유하며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이 수용되는 과정을 보면 정보 검색에 이용됐고, 거래할 수 있게 됐으며, 모바일 기기로 금융회사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누구든지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365일 24시간 이동하면서 관리할 수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사물인터넷(IoT) 속에서 통신하면서 우리를 찾아낸다.
우리가 더 이상 네트워크에서 무언가를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 네트워크를 통해 찾아오는 것이다.
디지털화란 은행이 더 이상 `돈`을 예치하는 곳이 아니라 데이터를 저장하고 안전하게 지키는 곳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구글월렛과 애플패스포트는 은행이 아니지만 이미 은행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은행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은행을 디지털 비즈니스라고 본다면 모든 기능은 비트와 바이트로 나눌 수 있다. 이때 디지털 비즈니스 측면에서 은행 역할을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상품 생산과 거래 프로세스 처리, 고객 서비스 판매다.
첫 번째 상품 생산 측면이다. 은행 디지털화는 은행 상품이 분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은행 상품은 그것을 이루고 있는 구성 요소의 최소 공통분모 단위로 분리돼 새로운 유형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즉 더이상 완제품으로 금융상품을 제공하지 않고 고객 요구에 따라 조립하는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비즈니스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은행 프로세스 역시 오픈소스 방식이 될 것이다. 페이팔은 개발자 기반 서비스인 X를 출시할 때 일련의 기능을 모아 놓은 형태인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API는 누구나 페이팔을 그들 시스템에 이식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제3자에 의해 페이팔이 어떤 코드나 작업에도 재통합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 결과 페이팔은 하루 아침에 인기 있는 솔루션이 됐다.
마지막으로 고객과의 관계 역시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 고객 관계가 사람에 의해 일대일로 이뤄졌다. 그러다가 점차 원격으로 한 번에 여러 고객과 관계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일대일 디지털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같이 대량 개인화로 원격 고객관계를 관리하려고 할 때 빅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량 개인화 실현을 위해 개인에게 관련이 있는 경우에만 오퍼를 제시하는 상황인식 서비스가 선행돼야 한다. 또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황인식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개인이 허용한 정보에 입각해 엑사바이트급 고객 테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디지털뱅크는 고객의 생활 속에서 꼭 맞는 오퍼가 있는 시점을 파악, 그들에게 다가가야 함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곳이 은행 업무도 넘겨받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글과 페이스북은 그렇게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세컨드라이프 가상화페 시스템 등장과 몰락을 보면 알 수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2000년대 중반에 큰 인기를 얻은 가상 세계였지만 2007년 7월 가상 세계 도박시설을 폐쇄하도록 정책이 변경되면서 세컨드라이프는 종식됐다.
여기서 은행에 한 가지 교훈을 준다. 디지털이 촉발한 가상 세계에서 뱅크런 사태가 일어나도 현실 세계의 은행은 강력한 지급 결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은행은 계속해서 통화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가상 뱅크와 공존·발전할 것이다.
박인규 하나금융투자 PIB본부 상무 kimg@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