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구조 장르가 대중에게 익숙해졌다. 그중 로맨스와 스릴러가 합쳐진 로맨스릴러 장르인 ‘치즈인더트랩’, ‘나를 잊지 말아요’, ‘시간이탈자’, ‘또 오해영’ 등이 이어지며 장르 확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로맨스릴러’라는 장르는 지난 3월 종영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탄생한 신조어다. 달콤한 미소 뒤 위험한 본성을 숨긴 완벽 스펙남 유정(박해진 분)과 그의 본습을 유일하게 꿰뚫어 본 여대생 홍설(김고은 분)이 만드는 로맨스로, 미스터리한 주인공과 다양한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가 그려졌다.
이윤정 PD는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라는 고민이 드라마 속에서 큰 갈등"이라고 말한 것처럼 유정과 홍설은 연인이 된 후에도 끊임없이 상대방이 어떤 존재인지 파악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 tvN 드라마 ‘또 오해영’
최근 tvN은 또 하나의 로맨스릴러 작품을 방영하고 있다. ‘또 오해영’에서 박도경(에릭 분)은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그는 오해영(서현진 분)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앞서 에릭은 이 능력에 대해 “드라마를 이끄는 중요한 축이다”라고 밝힌 바 있기에 앞으로 이들의 로맨스가 어떤 방향을 향할지 기대를 모은다. 게다가 이 능력이 초능력은 아니라고 알려져 더욱 도경의 능력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방송한 4회에서 도경은 해영의 결혼을 깬 장본인으로서 죄책감이 드냐는 의사의 질문에 “그 여자를 보면 쓸쓸하다. 내 인생은 아주 슬프게 끝날 것 같은 기분”이라고 답해 시청자들을 알쏭달쏭하게 만들었다.
◇ 영화 ‘시간 이탈자’
‘시간 이탈자’는 결혼을 앞둔 1983년의 남자(조정석 분)와 강력계 형사인 2015년의 남자(이진욱 분)가 우연히 서로의 꿈을 통해 사랑하는 여자(임수정 분)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를 구하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은 스릴러다.
두 시대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로맨스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주인공들을 앞세워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그려내며 잘 짜여진 타임워프 로맨스릴러 작품으로 인상을 남겼다.
임수정은 “내가 맡은 역할은 두 남자들에게 동기 부여하는 동시에 스릴러 장치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다”며 “스릴러에 멜로 감성 섞여 있어서 반가웠다. 요즘 상업영화에서 멜로영화 제작 비율이 낮아지고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많지 않다보니까 좋은 시도라는 생각을 했다. 장르의 확장을 위해서라도 좋은 점”이라며 로맨스릴러 장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는 한 여자 진영(김하늘 분)이 처음 본 한 남자 석원(정우성 분) 앞에서 사연 있는 사람처럼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진영에게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고, 석원은 잊어버린 기억이 있다. 처음 만남부터 불안한 낌새가 내비친 것처럼 이들의 미스터리한 인연은 극의 긴장감을 부여한다.
사실 ‘나를 잊지 말아요’같은 경우엔 스릴러 부분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깊은 멜로 감성만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실망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우성은 “장르의 다양성은 필요하다”라고 말한 것처럼 기존의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모습이 반갑다.
이렇듯 2016년 상반기에만 드라마, 영화할 것 없이 여러 편의 로맨스릴러가 대중들 앞에 섰다. 로맨스릴러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며 단순한 로맨스물과 스릴러물에 지친 대중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로맨스물이 두 배우의 감성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돼 극적인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고, 스릴러가 남성 위주로 진행돼 다소 거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로맨스에 스릴러가 첨가되면 달달하고 아기자기한 감성과 함께 더욱 촘촘한 구성이 만들어진다. 주인공들의 감성으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은 주어진 힌트를 가지고 분석해 나가며 직접 극에 참여해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로맨스 장르는 여성 관객들이 주요 관객층이라면 스릴러 장르는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남성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사랑스러움과 긴장감을 동시에 가져가며 많은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앞으로도 로맨스릴러 장르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