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은 일요일 8시가 되지 않은 이른 시각에도 붐볐다. 국산 바둑 인공지능 `돌바람` 포함 14개팀 정선수·후보선수 74명과 관계자 120여명이 2층 대국장을 가득 메웠다. `제1회 전자신문 ICT 바둑 대회` 승리를 위해 경기 시작 직전까지 바둑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제1회 전자신문 ICT 바둑대회정보통신기술(ICT) 기관과 기업 종사자가 한 데 모여 바둑으로 하나가 됐다. 제한시간을 넘겨 판정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대국 뒤에도 복기하고 점심시간에도 자유 대국을 벌이는 등 친목을 다졌다. 승부가 결정된 뒤에도 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대회 즐거움을 만끽했다. 승패와 상관없이 뜨거운 바둑 열기를 실감케 했다. 바둑 대회를 계기로 오랜 만에 만나 우의를 다지는 참가자도 다수 있었다.
행사장 곳곳에서 바둑돌을 놓는 어린이 모습도 보였다. 모두 대회 참가자인 부모를 따라 바둑 구경을 하러 왔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경기 덕분에 유소년층 관심도 부쩍 늘었다.
신성아트컴 관계자는 “알파고 대국 뒤 7세 아들이 바둑에 큰 흥미를 보인다”며 “바둑 대회에 참가한다고 하자 꼭 구경하고 싶다고 졸라 데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ICT계와 바둑계가 첫 인연을 맺는 자리다. 3월 열린 알파고와 이세돌 9단 대국을 계기로 양측 모두 큰 주목을 받았다. 바둑을 매개로 교류와 협력 도모의 장을 마련했다.
국가대표 감독인 유창혁 9단이 심판위원장을 맡았다. 유 9단은 지도대국으로 교류 장 마련에 적극 동참했다. 대국 종료 뒤 이어진 유 9단 사인회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심판부위원장은 NHN엔터테인먼트 한게임 바둑사업총괄팀장 김강근 7단이다. 김 7단, 김영환 9단, 김윤영 4단 등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다면기 행사에도 지원자가 몰렸다.
ICT계 바둑 사랑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바둑계 ICT 바람도 체감할 수 있었다. 돌바람 대국에 가장 많은 구경꾼이 몰렸다. 돌바람은 미래창조과학부 A팀 대표 선수로 나섰다. 대국은 아프리카TV로 실시간 생중계됐다.
프로 9단인 양건 한국기원 프로기사회장은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 뒤 바둑 인기가 식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이 9단이 스타가 됐고 더 많은 사람이 바둑을 배우게 됐다”며 “바둑 부흥 방법을 찾았었는데, ICT계가 묘수를 찾았다. ICT와 바둑계 소중한 인연의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