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배출권거래제 어떻게 바뀌었나…산업계, 근본 처방 원해

다음 달 첫 정산을 앞두고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배출권 부족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시장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도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배출권거래제 근본 문제 해결에는 접근하지 못한 `임시방편`에 그쳤다. 차년도 배출권을 당겨 쓸 수 있는 `차입` 한도를 10%에서 20%로 늘려주는 정도로는 `윗돌 빼 아랫돌 괴기`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정부 배출권거래제 개선책, 산업계 평가와 요구, 전문가가 진단한 근본 대책이 뭔지 짚어본다.

[이슈분석]배출권거래제 어떻게 바뀌었나…산업계, 근본 처방 원해

◇배출권거래시장, 매도물량 부족에 거래 실종

지난해 1월 12일 문을 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톤당 8640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1만9300원까지 2배 넘게 올랐지만, 거래량은 미미하다. 시행된지 1년이 지났음에도 시장에서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개장한 이후 최근까지 거래된 배출권은 할당배출권과 상쇄배출권을 모두 더해 200만톤 정도다. 정부가 내놓은 전체 배출권(5억4300만톤) 중 고작 0.36%만이 거래됐다.

올해 거래된 상쇄배출권(KCU15) 거래금액은 116억9978만원으로 지난해 전체 거래규모 100억2593만원을 넘어섰다. 할당배출권(KAU15)은 거래규모가 20억2712만원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규모(38억6550만원)의 절반을 조금 웃돌았다.

거래소를 통한 장내매매나 협의매매가 아닌 장외거래물량까지 고려하면 적지 않은 배출권이 매매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일수로 봐도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할당배출권이 거래된 날은 8일에 불과하고 상쇄배출권이 거래된 날도 16일에 그쳤다.

올해 배출권 할당량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업체들은 다급한 상황이다. 부족한 배출권을 사고 싶어도 매도물량이 없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6월까지 배출권을 구매해 제출하지 못할 경우 거래된 배출권 평균가격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배출권부족 대란 모면위해 차입한도 상향 조정

정부는 배출권거래제의 문제점과 당장 배출권 부족을 호소하는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개선했다. 정부는 현재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전체적으로 배출권 여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배출권 할당 대상기업(총 523개)이 신고한 2015년도 배출실적 분석 결과, 대상 기업이 보유한 상쇄 배출권과 시설의 신·증설에 따른 추가 배출권 신청분을 모두 포함할 경우 전체적으로는 보유 배출권(5억5000만톤)이 실제 배출량(5억4300만톤)보다 700만톤을 초과한 상태다.

개별 기업별로 보면, 대상기업 55%인 288개 기업은 2000만톤의 배출권 여유가 있는 반면에 45%인 235개 기업은 오히려 1300만톤 배출권이 부족한 상황으로 잠정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기업들도 시장 매매보다는 차년도 이월을 선호하고 있어 배출권 부족기업이 배출권 구매에 상당한 애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배출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차년도 배출권 차입한도를 제출 배출권의 10%에서 20%로 확대하고 조기 감축실적 신청에 따른 추가할당을 2016년도 분부터 1년 앞당겨 허용한다.

정부는 차입한도가 10%일 때 153개 기업 부족분이 해소되고 82개 기업에서 110만톤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차입한도가 20%일 때는 213개 기업 부족분이 해소되고 22개 기업에서 20만톤만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정부보유 예비분 활용한다. 배출권 차입, 구매, 상쇄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에 대해공적금융기관을 통해 시장가격으로 정부 예비분을 공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당장 배출권부족으로 인해 산업체가 과징금 폭탄을 맞지 않도록 조치했다. 이와 함께 집단에너지 분야는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정도를 감안해 할당기준 설정을 신설한다.

◇임시방편 아닌 배출권거래제 활성화 근본대책 필요

정부의 이번 배출권거래제 시행령 개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임시방편에 그친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지 이런식의 임시방편 가지고는 현재 배출권거래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일단 차기년도 차입량을 늘려준 것은 당장 다음 달 2015년도 배출권 정산을 앞둔 업체들에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의견이다.

노재성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실장은 “이번 조치로 산업체가 당장 위기는 모면할 수 있어도 내년이나 내후년이 되면 차입물량까지 부담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며 “정확한 배출량분석을 통해 업종·업체별 배출권 재할당을 시행해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배출권이 모자라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합리적이고 투명한 배출권 재할당 작업이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 실장은 “아직 1차연도 이기 때문에 임시방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 시간을 번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산업계와 의견을 교환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정하게 배출권을 재할당하는 방안을 연구해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제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 할당량 대비 배출권 4억2300만톤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출권 부족으로 구매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과징금으로 약 12조7000억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도한 규제 준수 비용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저하를 감안해 배출권 추가할당 또는 재할당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성우 삼정KPMG 본부장도 “단기적으로 배출권부족은 해소될 수 있으나 거래활성화 등 근본적 장기대책은 추후 만들겠다고 했으니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궁극적으로 해외 상쇄배출권 허용, 할당 대상업체 외 시장참여자 확대, 파생상품 허용 등 실제 배출권거래시장 활성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법 시행령 개정 주요내용>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법 시행령 개정 주요내용

[이슈분석]배출권거래제 어떻게 바뀌었나…산업계, 근본 처방 원해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