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혜령 “제 노래 잊지 않고 기억해줘 감사하다”

[ET-인터뷰] 혜령 “제 노래 잊지 않고 기억해줘 감사하다”

가수 혜령이 지난 17일 방송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에 출연해 13년 만에 ‘슬픔을 참는 세 가지 방법’을 불렀다. 10년 만에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이었다. ‘내 음악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혜령이라는 가수를 알고 있을까?’ 걱정과 긴장 속에서 무대를 준비했다. 지난해 성대를 다쳐 치료에 전념 중이었던 혜령은 링거를 맞고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혜령의 ‘슬픔을 참는 세 가지 방법’을 들은 방청객에서는 사상 최저인 26불이 들어왔다. 상대팀으로 나온 가수 유미의 무대를 보고 객석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 반전은 있었다. 옴므가 편곡한 ‘슬픔을 참는 세 가지 방법’을 들은 이들의 애절한 무대에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30~40대 연령층에서 역전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방송 후 혜령과의 인터뷰를 통해 '슈가맨' 출연 계기와 소감을 들었다. 혜령은 방송 이후 자신의 노래를 기억해주는 시청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Q. 10년 만에 음악 프로그램 출연이다. 어땠나?

A. 사실 너무 긴장했고, 걱정하며 무대에 올랐어요.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너무 나이 먹고 나가는 것도 걱정이었고, 라이브에 대한 걱정도 컸어요. 막상 리허설 하는 순간 괜찮아지더라고요. ‘아, 노래 할 수 있구나. 떨지 않는구나’ 느꼈어요. 또 노을 멤버들도 평소 친하게 지냈고, 창민 씨도 알고 지낸 사이여서 재미있게 녹화했어요. ‘슬픔을 참는 세 가지 방법’을 편곡해주신 분도 제 2,3집 작업을 같이 해준 안영민 작곡가여서 즐겁게 한 것 같아요.

Q. 방송에서 26불 밖에 안 들어왔는데, 그 당시 기분은 어땠나?

A. 사실 그렇게 불이 적게 들어올 줄 몰랐어요. 그래도 많은 분이 알고 계신 줄 알았거든요. 마음이 많이 아팠었죠. 마지막에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옴므 분들이 멋지게 해내 주셔서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Q. 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을 봤나? 많은 이들이 혜령의 음악을 기억하고 있더라

A. 오랜만에 방송에 나오니 저의 외모를 지적하실 거 같고, 노래 지적도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예상외로 노래 이야기밖에 없더라고요.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이 방송에 오셨어야 했는데 아쉬워요. (웃음)

Q. ‘슈가맨’에서 처음 섭외가 들어왔을 때는 어땠나?

A. 섭외가 들어와 미팅하고 거의 10일 만에 녹화에 들어갔어요. 준비 기간이 거의 없었죠. ‘슬픔을 참는 세 가지 방법’은 2003년에 발매됐는데, 활동 당시를 제외하고 방송에서 부른 적이 없었어요. 대신 행사나, 다른 공연에서는 꾸준히 불러왔었어요.

그리고 섭외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그래도 꾸준히 음반 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슈가맨’에 나가게 되면 ‘저는 오래된 가수예요’라고 인정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너무 오래 방송을 쉬었고, 제 노래는 알아도 얼굴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음악을 계속 할 예정이기 때문에 계기가 필요한 것 같아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Q. 후배가수 옴므가 ‘슬픔을 참는 세 가지 방법’을 불러 우승을 차지했다. 본인의 곡을 후배 가수들이 부르는 모습을 봤을 때 심경은 어땠나?

A. 기분이 이상했어요. 옴므 분들이 선배님만 만족하셨으면 좋겠다고 하며 부르는데 뭉클하고 이상하더라고요. 마지막에는 10대 표 차이가 크게 나서 포기 상태였는데, 30~40대에서 역전되는 순간 객석 앞에서 절하고, 어깨춤도 추고 엄청 방방 뛰었어요.

Q. 성대를 다쳐 치료 중이라던데, 현재 상태는 어떠한가?

A. 사실 방송에서 노래할 만큼의 상태는 아니었어요. 지난해 뮤지컬 연습을 하면서 성악 발성을 배웠는데 그 과정에서 성대를 다쳤어요.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단기간에 나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성대에 주사를 맞으며 치료 중이었는데, 주사를 맞게 되면 노래하는데 불편하거든요. 녹화를 위해서 진료 날짜를 미루기도 했어요. 녹화날도 링거라도 맞고 노래해야겠다 싶어서 병원에 다녀온 뒤 무대에 섰어요. 목 상태 때문에 긴장하고 스트레스 받았지만 무사히 잘 마친 것 같아요.

Q. ‘슈가맨’ 방송을 시청했나? 방송 후 지인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A. 녹화를 잘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방송 당일이 되니까 너무 떨리더라고요. 현장에서의 라이브와 방송에서 보는 모습은 또 다르니까요. 엄청 긴장하며 하루를 보냈는데, 방송이 끝나고 정말 많은 분들에게 연락 받았어요. 반갑다고요. 제가 이렇게 인맥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연락이 와서 좋았습니다.

Q. 앞으로 계획도 궁금하다. 음반 활동이 예정 돼 있나?

A. 계속 음반 작업하며 녹음하고 있습니다. 사실 ‘슈가맨’ 녹화 전에 앨범 발매를 목표로 녹음하고 있었는데 목소리에 문제가 있어 치료 기간을 갖는 중이에요. 몇 주 정도 있으면 회복되고, 바로 음반 작업을 하고 신곡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Q. 끝으로 ‘슈가맨’을 보고 혜령의 음악을 기억해준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A. 잊혀진 줄 알았는데 잊히지 않았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고, 예전만큼이나 반가워 해주시고 제 노래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제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앨범을 작업하고 활동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걱정하고 조심스러웠던 마음에서, 저를 기억해주신 분들 때문에 제가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믿음 변치 않도록 잘 준비해서 좋은 음악 들려드릴게요!

윤효진 기자 yun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