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분리 민영화냐` vs `공기업 조직 통합이냐`
정부발 자원개발사업 `대수술` 방안이 봇물처럼 터져나왔지만, 20일 해외자원 개발 추진체계 개편 용역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것도 속단하긴 이르다. 용역 뒤 관계 부처 간 조율을 거쳐 정부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변수도 많다. 특정 공기업 해체, 정부 차원의 해외자원개발 중단 같은 극단적 방법보다는 일부 조직 기능 조정 등 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유력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한국석유공사 자원 개발 부문의 민간 이관이나 가스공사 편입을 검토한다. 또 광물자원공사 별도 전문 자회사 신설 같은 조치도 고려한다.
용역 결과에 담긴 구조조정 방안은 석유공사 4개, 광물자원공사 2개다.
석유공사 조정안은 크게 민간기업이나 가스공사가 참여하는 안으로 나눠진다. 우선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안은 석유비축과 진흥은 석유공사 업무로 그대로 두고, 자원개발 부문을 민간에 맡기는 방식이다. 인력을 포함한 해당 조직 자산을 민간 자원개발 회사에 매각해 정부 재정부담을 줄이고 민간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구상이다. 유사 안으로 신규전문회사를 설립하는 계획도 있다. 부실 사업은 매각하고 우량 자산만을 모아 민간 투자회사와 연·기금, 민간 정유회사가 참여하는 그림이다.
가스공사 참여 계획은 석유공사 통합과 자원개발분야만 합치는 안이 나왔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통합은 지난 정부 때부터 업계에서 돌 던 소문이 정식으로 문서화된 안이다. 취지는 두 공기업을 합쳐 글로벌 자원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대형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광물자원공사 구조조정안도 비슷하다. 자원개발 분야에 전문회사 설립과 완전 분리의 차이일 뿐 민간 투자회사와 자원수요기업 참여를 내용에 담고 있다.
정부는 보고서 내용이 연구용역 결과로 공식적인 정부 의견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공청회에서 좀 더 좋은 의견이 나오면 보고서엔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검토될 수 있다며 열린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진 않는다. 보고서 방안 가운데 하나로 선택하게 되면 민영화와 통합 문제가 언급되면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민영화는 자원수급 안보 차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자원 특성상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일부 자산을 유지해 수급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책임이 필요하지만, 이를 과연 민간에서 감수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현재 석유공사 이상의 자원개발 업무 능력을 갖춘 민간기업이 시장에 없다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가스공사와 통합도 리스크가 크기는 마찬가지다. 대형화에 따른 국제경쟁력 제고라는 핑크빛 전망과 달리 두 공기업의 동반 부실 가능성도 있다. 상장기업인 가스공사는 주주 반발과 국제 신용도 하락 문제가 터질 수 있다.
숙제는 국가 차원 자원개발 기조는 유지하면서 조직과 사업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자원 개발 필요성을 강조해왔듯 용역보고서도 우리나라 특성상 자원 개발은 계속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에너지협회(WEC)는 우리나라 자원개발 기업 자산 매각, 사업 포기, 성공불융자 예산 감소로 인해 에너지 자원 개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봤다. 해결책으로 해외 에너지 자원, 재생 에너지, 원자력 에너지 개발을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산업부는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다음 초 최종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장영진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자원개발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고민할 때가 됐다”며 “이번 용역 결과와 공청회를 거쳐 제안되는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합리적인 개편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