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곽도원이 ‘곡성’으로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가운데, 영화 상영 후 눈시울이 붉게 물든 그의 모습이 스크린에 잡혀 궁금함을 자아냈다. 벅찬 감동이 그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오전(현지시각) 프랑스 칸 제이더블유 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영화 ‘곡성’ 한국매체 인터뷰에는 나홍진 감독을 비롯해 배우 곽도원, 천우희, 쿠니무라 준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인터뷰에 모습을 드러낸 곽도원은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특유의 밝고 호탕함을 잃지 않는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이내 지난 밤 눈물 이야기를 언급하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영화가 끝나고 다들 기립박수를 쳐주니까 마음이 벅차올랐죠. 십 수 년 전 연극 무대 커튼콜을 했을 때 짜릿한 감정이 떠올랐죠. 커튼콜의 그 맛 때문에 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환하게 축하해 주니까 그런 기분이 들었죠. 긴장되고 떨려있고 외국 관객들한테는 어떻게 보여 질까 모르는 상태였는데, 그렇게 해주니까 아~ 좋더라고요. 남을 칭찬해주는 게 행복한 거라 다시 한 번 크게 느낀 것 같아요.”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던 곽도원은 이제야 그 마음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대표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애정 가득한 말을 남겼다.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하늘에 기운이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치 우리나라를 대표에서 온 듯 한 생각도 들었죠. 열정이 모여 있는 작품들이 국내에서 일 년에 몇 백 편 상영되잖아요.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죠. 한편으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거대한 것 같아요. 포토 존에 서면 해운대에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모이는데, 여기는 너무 좁았어요. 그런데도 자기들의 모습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아마 부산국제영화제에 와보면 입이 떡 벌어질 거예요. 그러니 우리나라 영화제에 외국 배우들이 오고 싶어 하죠.”
‘곡성’이 칸영화제에 공개된 당일, 국내에서는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칸에서도 ‘곡성’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국 작품의 흐름이 웃음에서 진지함으로 넘어가는데, 이러한 한국 정서가 외국 분들에게 통할까 노파심이 들었죠. 울리거나 잔인한 것, 무서운 것은 웃기는 것보다 쉽죠. 사람들이 웃게 하는 건 정말 어려워요. 백퍼센트 공감하지 않으면 웃음이 나오기 힘들거든요. 우리가 의도했던 대로 관객들이 반응해 주니까 언어만 어느 정도 해결되면 한국의 정서와 배우들이 세계에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보였죠. 우리만 즐길 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우리 작품을 통해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칸에 온 것 중 가장 큰 깨달음이죠.”
곽도원은 칸에서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영화 ‘특별시민’ 촬영을 위해 국내로 귀국한다. ‘특별시민’은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남자를 통해 정치판의 이면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특별시민’은 정치적인 이야기에요. 그 이야기가 칸에 와서 관객들에게 보여 졌으면 하는 막연한 희망이 들어요. 우리나라 정치를 비판하게 되는 이야기지만, 이러한 이야기가 한국에서 13시간을 와야 하는 칸에서도 관심 가지게 될 수 있도록 죽도록 할 생각이에요. 그런 자극이 되니까 스스로 악착같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칸에 와서 관객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겸손해졌어요. 이런 마음이 들게 해 준 관객과 관계자들께 감사하죠.”
끝으로 곽도원은 영화 상영 후 이어졌던 박수갈채를 끝까지 받지 않고 극장을 나갔던 사연과 더불어, 다음번에 칸영화제에 방문하게 될 경우를 가정해 공약을 남겼다.
“관객들이 계속 박수를 쳐 주는데 뭔가 쑥스러웠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땡큐’도 한 거였죠. 다음에 다시 이 자리에 오게 된다면 7분쯤 넘어갔을 때 춤이라도 한 번 춰야겠어요.”
‘곡성’은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혹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11일 전야 개봉.
칸(프랑스)=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