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th 칸 리포트㊿] ‘곡성’ 나홍진 감독, ‘세 칸 남자’의 안도의 한숨(인터뷰)

사진=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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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목표를 달성한 다음의 모습이 이러할까. 영화 ‘곡성’으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진출한 나홍진 감독은 이제야 평온한 모습을 찾았다.

19일 오전(현지시각) 프랑스 칸 제이더블유 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곡성’ 한국매체 인터뷰에는 나 감독을 비롯해 배우 곽도원, 천우희, 쿠니무라 준 등이 참석했다.



‘곡성’이 지난 11일 국내에서 전야 개봉한 탓에 이미 한국 매체들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눈 상태였다. 70여 개에 달하는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나 감독은 배우들과 영화 홍보차 국내 각지에 퍼져있는 상영관을 찾았으며, 관객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어 쉴 틈도 없이 칸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를 찾았다.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그에게 피곤함은 본인의 몫으로 돌려도 될 듯싶다.

“칸영화제 초청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어요. 정말 감사하죠. 스태프나 배우들이 진짜 고생했는데, 감독으로서 한 숨 돌렸어요. 각자 본인들의 이름을 걸고 하는 건데 제 말 하나만 믿고 달렸던 거잖아요. 그분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국내 관객 분들에게도 진짜 감사해요. 다행이네요.”

나 감독은 ‘추격자’로 제61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황해’로 제64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이번 ‘곡성’까지 세 번이나 칸을 찾은 일명 ‘세 칸 남자’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레드카펫에 서면 긴장되죠. 거기다 천우희 씨를 에스코트 하느라 더 정신없었죠. 영화 상영이 끝나고도 박수를 오래 받으니 민망했어요. 그래서 배우들한테 얼른 나가자 했었죠. 집행위원장님도 되게 좋아하셨어요. 전에 두 작품은 안 그러셨는데 이번에는 같이 내려와서 차까지 마셨어요. 영화를 좋게 봤구나 싶었죠.”

사진=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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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사이사이 나 감독이 의도했던 웃음 포인트는 칸에서도 적중했다. 웃음은 물론이며 박수와 환호도 터져 나왔다.

“웃음 포인트는 통할 거라 예상했어요. 극장 내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한국 분들하고 비슷했었죠. 그렇게 집중하는 분들은 처음 봤어요. 상영 후 영화 관계자들 모두 분위기가 좋아 너무 신났죠. 국내에서도 무대 인사를 가서 10대 팬들을 본 것은 처음이에요. 끝나고 나서 아이들이 웃으면서 쫓아와 사인을 해 달라 하고 배우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고 있는데, 진짜 기분 좋았죠. 처음 겪는 일이었거든요. 마치 걸 그룹을 볼 때의 느낌과 비슷했어요. 이 친구들을 위한 영화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띠에리 프레모(Thierry Fremaux)도 나 감독에게 계속 새로운 작품으로 칸에서 만나기를 바란 것처럼, 국내 팬들도 자신의 세 작품을 연달아 칸에 보낸 그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아직 차기작 구상 단계는 아니에요. 조금씩 던져진 것들은 있는데 뭘 구체화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곡성’ 만큼은 어렵지 않겠죠. ‘곡성’을 통해 진짜 많이 배웠고 성장할 수 있었어요.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이 저에게 도움이 됐거든요. 그래서 다음에는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잘못하면 ‘네가 그럴 줄 알았다’고 할 수 있잖아요. 잘해야죠.”

‘곡성’은 20일(한국시각) 현재 32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칸(프랑스)=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