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재산업, 중국의 도전

[기자수첩]소재산업, 중국의 도전

“너희 나라 국기에 그려진 태극무늬가 어디서 온 것인지 아느냐?” 중국 유학시절 중국인 친구가 물었다. 10년 전 대부분 한국인은 중국을 못 사는 나라라고 여겼다. 중국사람 대부분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부러워하던 시절이었다. 태극이 중국 도교에서 유래한 개념임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답할 수는 없었다. 한국 유학생을 골려주려는 의도가 기분 나빴기 때문이다. “중국 불교가 천년 넘게 쌓아온 성과가 모두 발상지인 인도 덕분인 것이냐”고 맞받았었다. 돌이켜보면 유치한 일이었다.

그런데 중국인의 부러움도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중국이 고속 성장하며 한국을 부러워하는 중국인이 줄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중국 성장을 경계해야 할 처지다.

국내 플라스틱 소재 업체 대표는 “삼성전자도 중국에서 들여오는 소재 비중을 늘렸다”며 “싼 가격에 품질도 어느 정도 따라왔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기판유리 업체 동쉬광덴은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기판유리 생산능력 기준으로 아반스트레이트를 제치고 코닝, 아사히글라스, 일본전기초자(NEG)에 이어 4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 일본 업체가 과점했던 기판유리 시장에 중국업체가 가세했다.

이 회사는 1분기 매출 2847억원, 영업이익 59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164%, 395% 성장했다. 연산 540만장에 이르는 8.5세대 기판유리 설비 라인을 올해 3월부터 짓기 시작했다. 2월에는 일본 스미토모화학, 한국 동우화인켐 등과 연매출 3600억원 규모 편광판 사업 계약을 맺었다. 회사 인수를 통해 신소재 그래핀으로도 빠르게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초라한 현실 앞에서는 옛 생각이 절로 난다. 지나간 영광을 들먹이지 않으려면 그 영광을 현재에도 이어가야 한다. 한국에 온 중국인 유학생에게 “예전에 디스플레이·스마트폰을 주름잡았던 기업이 어디인지 아느냐”고 묻는 날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