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유학에 실패했지만 자신의 신념은 확실한 화가 지젤(류현경 분)이 아르바이트로 삶을 이어나가던 중 미술품의 진가를 알아본다고 자부하는 재범(박정민 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영화는 김경원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처음’이란 누구에게나 소중한 법. 김 감독은 어떤 믿음을 가지고 류현경과 박정민과 함께 첫 영화를 만들게 됐을까.
“지젤이란 캐릭터가 현실감 없는 4차원적이고 엉뚱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순수하고 명랑한데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하고, 고집 있는 사람 말이다. 류현경이 흔쾌히 해준다고 해서 기뻤다. 박정민은 내가 워낙 영화 ‘파수꾼’의 팬이기도 했고, 거기서 보였던 날카롭고 집념 있는 표정이 좋아서 캐스팅 하게 됐다.”(김경원 감독)
패기 넘치는 신인 감독과 베테랑 배우들의 만남은 살아 있는 현장을 만들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 그들은 시너지 효과를 내며 함께 영화를 완성시켰다.
“신인 감독으로 사실 두려운 것도 많았고 압박도 많았다. 현장을 끝까지 잘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배우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아이디어 주시는게 굉장히 훌륭했는데, 특히 박정민 같은 경우엔 애드리브를 정말 많이 했다. 정민이 신은 끝나도 컷을 안 했다. 뭔가를 계속 하는데, 그것을 계속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너무 웃겨서 카메라가 흔들릴 정도였다.”(김경원 감독)
“재범이 귀에 상처가 나는 신이 있는데, 휴지를 꽂아 넣는다. 이것도 애드리브다. 촬영할 때 정민이가 갑자기 앉더니 과자도 먹고, 휴지를 꽂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영리하구나 싶었다. 감독으로서 모니터로 보고 있으면 굉장한 쾌감이 있다. 영화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배우다.”(김경원 감독)
류현경은 타이틀롤로서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연기에 있어서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극중 지젤이 예술가로서의 신념을 지키는 모습과 비슷하다.
“류현경은 어느 순간에도 과하거나 덜함이 없다. 스스로가 알아서 잘 하는 배우다. 본능적으로 균형감이 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편했다. 다만 허투루 넘어가는 게 없다. 더빙을 하는 대신 음향까지 동시에 땄을 정도다.”(김경원 감독)
“현경 누나는 정말 치열하게 연기를 한다. 대본을 싸우듯이 보기 때문에 대본이 더럽다.(웃음) 누나가 나한테 대선배인데도 불구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를 부른다. 좋은 연기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게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현경 누나와 영화 ‘오피스’를 찍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로 봤을 때는 서로 대화하는 신이지만, 실제 촬영할 때는 혼자서 찍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현경 누나가 부탁하면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와서 서줬다. 당시에도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좋은 영화를 찍고자 하는 누나의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박정민)
“우리들뿐만 아니라 다들 열심히 했다. 영안실에 간호사 역할로 연출부 막내가 출연했다. 스태프 일할 때도 열심히 하는 친군데, 잘 할 것 같아서 갑자기 투입시켰더니 너무 덤덤하게 잘 하더라. ‘너 되게 잘 한다’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다들 열심히 해서 작품이 만들어진 것 같다.”(류현경)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